검찰이 지난 7일 사이버논객 '미네르바'로 추정되는 박아무개(31)씨를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이를 사이버모욕죄와 연계시키는 정가의 공방과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이버모욕죄의 문제점을 짚는 것과는 별개로 현 사태의 본질을 바라보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김주선 부장검사)가 9일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전기통신기본법 위반)다. 전기통신기본법 47조의 벌칙조항은 각 항에서 '허위의 통신을 한 자'를 처벌하는 조건으로 '공익을 해할 목적'이나 '자기 또는 타인에게 이익을 주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결국 검찰은 박씨의 주장이 허위인지, 박씨에게 '공익을 해할 목적'이나 '자기 또는 타인에게 이익을 주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이 있었는지를 밝히면 된다. 정치권과 언론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아직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지도 않은 사이버모욕죄는 물론이거니와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나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 명예훼손죄, 동법 74조의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시켰다는 혐의를 박씨에게 적용하지 않았다.

이는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미국산 쇠고기관련 광우병 보도로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MBC를 고소한 것에 비하면 따지기 어렵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도 이를 사이버모욕죄와 연계시키면 사태는 복잡해진다. 특히 정부여당이 그 정당성과는 별개로 최진실씨 자살을 사이버모욕죄 도입의 논거로 삼아온 것은 일견 타당하나, '미네르바' 문제를 사이버모욕죄와 연계시키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박씨에게 이명박 대통령이나 강만수 재정경제부 장관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거나 모욕했다는 혐의가 적용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야당 쪽에서 '이 대통령은 주가가 3000까지 간다고 했다'고 대응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검찰이 '주가가 500까지 떨어진다'는 박씨의 주장을 문제삼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이 현재 문제삼는 것으로 알려진 부분은 지난해 12월29일 박씨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것으로 알려진 글 가운데 '정부가 금융기관의 달러매수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 대목이 과연 사실인지 아닌지, 사실이 아니라면 박씨가 그렇게 쓸만한 위법성조각사유는 있는지 없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게 현실적이다(미디어오늘 1월8일자 온라인판 <미네르바, 체포될만한 잘못 했나> 참조).

사이버모욕죄와 관련해 정부여당을 문제삼고 싶다면, 친고죄 조항을 풀어버려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사이버모욕죄를 굳이 만들지 않아도 이른바 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음을 정부 스스로 증명했다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여당 일각에서 박씨에게 '괘씸죄'를 적용하고 싶은지 아닌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모욕죄를 추진하려 한다면 왜 그러는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기 때문이다.

사이버모욕죄를 반대하는 쪽에서 사이버모욕죄 공방에만 집중하는 순간, '미네르바' 주장의 타당성 여부와 검찰 구속영장 청구의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이 사건의 본질은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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