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노동자가 복직이 안된 것을 비관해 농약을 마셔도 아랑곳하지 않는 기업주의 태도를 보면서 몸뚱이 하나밖에 남은 게 없는 우리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대한마이크로전자 노조(위원장 김명숙) 김은영 사무장(26)은 링거 주사 하나로 간신히 기력을 지탱하고 있었지만 말마디에는 굳은 의지가 배어 있었다.

김사무장과 또 한명의 노조간부는 지난 17일 해고된 노조 위원장 원직복직 등을 요구하며 삭발단식 농성을 시작해 지난 23일 단식 7일째를 맞았다.

이들의 목숨을 건 단식농성은 지난해 6월 해고된 뒤 한해가 지나도록 복직이 안된 것을 비관해 김명숙 노조위원장이 지난 11일 밤 집에서 농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한 사건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김위원장은 당시 노조 교육부장으로 있으면서 부당한 부서이동에 항의하는 유인물을 제작, 배포한 것이 빌미가 돼 사내 질서문란, 허위사실 유포등의 이유로 해고됐다.

“김위원장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것은 대한마이크로전자의 모든 노조원들이 알고 있어요. 김위원장은 해고되고 한달 뒤인 지난해 7월 위원장에 선출됐지요. 그녀의 해고가 정당하다면 노조원들이 회사 눈을 피해 외부에서 노조총회를 개최하면서까지 김위원장을 지지했겠습니까.”

대한마이크로전자(회장 최만립)는 지난 80년대 부터 인천지역 노동계로 부터 전근대적 노사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대표적 사업장이란 비난을 받아왔다.

지난 85년과 87년 두차례 있은 노조 설립 움직임은 결국 노조 간부와 노조원들의 잇따른 구속, 해고사태로 좌절되고 말았다. 그뒤 6년만인 지난 93년 다시 노조가 설립됐으나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회사측은 김위원장을 해고한 뒤 지난해 가을에는 본관 2층 노조 사무실을 노조와 사전 협의 없이 폐쇄하고 집기를 모두 건물 밖으로 옮겨 버렸다.

김사무장 등은 현재 여직원 탈의실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평소 심폐기능이 안좋아 주위에서 만류했지만 “함께 고생하며 일하던 사람이 부당하게 해고됐는데 혼자 편할 수 있느냐”며 단식농성에 돌입한 김사무장이다. 그녀는 피로하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승리하는 그날까지 단식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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