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1946∼1986)을 다시볼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시집 표지 등을 통해서만 겨우 더듬어볼 수 있었던 오윤의 체취들을 오롯이 한자리에 모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것.

오윤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오윤, 동네사람 세상사람’ 전시회는 그의 10주기를 맞아 생전의 작품들을 총정리해 판화 1백22점, 뎃생 습작등을 모아 오는20일까지 학고재(판화전)와 아트스페이스 서울(자료전)에서 열린다. 또 6일에는 ‘오윤의 작가상·인간상’이라는 주제의 강연도 곁들여진다. 강사는 성완경·유홍준씨가 맡았으며 국립민속박물관 강당에서 오후 2시에 열린다.

오윤의 판화를 특징짓는 것은 무엇보다 대상에 대한 단순화를 거친 강렬한 형상화와 그 형상을 등에 업은 민중지향의 예술이다. 목판의 특징이랄 수 있는 굵고도 날카로운 선과 그러한 선들로 드러나는 밑바닥 삶들의 꿈틀거림, 전통예술의 현대화 작업 등에서 80년대 민중미술의 중요한 싹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69년 ‘현실동인 제 1선언문’을 시작으로 80년 ‘현실과 발언’ 동인 출범에 이르기까지 이 땅의 민중미술운동은 오윤의 예술과 활동에 어쩔 수 없이 많은 것을 빚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그는 생전에 단 한번의 개인전만을 열었을 뿐이다. 이제 이번 전시회를 통해 좀 더 그를 잘 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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