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학작가회의가 ‘사단법인’으로 탈바꿈한다.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백낙청)는 지난 6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하여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정신을 계승·발전시켜 참다운 민족문학을 이룩”한다는 목적을 내세워 법인설립을 추진, 6월 5일자로 허가를 얻어내 ‘사단법인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출범하게 됐음을 밝혔다.

이번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조직개편은 이 단체의 모체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꾸려진지 22년만의 일이다.

이번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사단법인화 배경에는 나라 안팎의 상황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곧 ‘재야’라는 임의단체의 틀을 벗어나 20년 넘게 존속된 이 단체의 사회적 위상에 걸맞는 활동을 펼쳐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서 촉발된 셈이다.

사단법인화가 공식적으로 제기된 것은 지난 93년. “재야의 순수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신중론 등이 제기되는 등 반대도 있었지만, 법인화를 거쳐 사회적 위상을 다시금 확립함으로써 국가의 문화정책 수립 과정에 보다 효율적이고도 무게있게 관여할 수 있는 가능성과 그에 아울러 건강한 카운터 파트너로서의 역할 등 ‘새로운 틀’에 대한 모색이 더 앞섰다.

법인화의 또다른 이점으로 작용한 것은 재원충당이 한결 손쉬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회원들의 회비납부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적 영세성을 벗어나 기업이나 정부의 협찬·지원을 통해 사업진행에 보다 내실을 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조직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서는 ‘외부지원 예산이 전체 예산의 50%를 넘지 않는다’는 자체규정을 세워두고 있다.

그러나 사단법인화에 따른 가장 큰 우려는 법인경영에 대한 내부역량이 과연 어느 정도인가이다.

‘겉’이 화려해진 만큼 ‘안’을 어떻게 풍부하게 가꿔나갈 수 있는가에 작가회의의 앞날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명분과 내실을 동시에 꾀하기 위한 ‘묘수’를 내세우고 있지는 못한 상태이다. 다만 사무국을 강화하는 등 조직의 탄력을 살려나가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을 뿐이다.

한편 민족문학작가회의 측은 사단법인화를 계기로 현재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을 ‘문학인의 자긍심 회복’ 차원에서 종로구 인사동 등 중심가로의 이전과 계간지 형태로 2호까지 발간된 기관지 ‘내일을 여는 작가’를 회원들과 독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서기 위한 조치로 격월간지로 쇄신, 발행하는 사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구속문인 석방에 대한 노력과 저작권·번역사업 등을 중점적인 사업으로 내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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