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룡으로 널리 알려진 조선일보의 시사만화가 오용묵 화백의 4단 만화와 만평이 지난 6월 19일자 신문에서부터 돌연 자취를 감춰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오룡의 만평과 시사만화에 이상징후가 발견된 것은 이보다 하루 앞선 18일자 신문부터. 2면 만평은 제대로 나왔는데 4단 만화가 실리지 않았던 것. 사전 예고나 아무런 설명없이 만화나 만평이 빠지는 것은 지극히 예외적인 사례여서 언론계 내에서는 당장 그날부터 오화백의 거취문제등을 둘러싸고 이런 저런 관측이 오갔다.

19일자 신문에는 만평과 만화가 모두 빠진데다가 대신 ‘작가사정’으로 당분간 만화와 만평 쉬게 된다는 ‘알림’이 나와 오화백의 ‘사고’를 공식 인정했다. 조선일보는 이같은 ‘알림’을 내기에 앞서 18일 오화백의 사표를 전격 수리했다.

오화백의 돌연 사직사태는 18일자 4단 만화에 대한 편집국장과의 충돌에서 비롯된 것. 17일 원고 마감시간에 임박해 18일자 4단 만화에 대해 최청림편집국장이 “만화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다시 그려주었으면 한다”고 요청했으나 오화백이 이를 거부하고 퇴근(?)해버리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비화됐다는게 조선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국장의 요청에 오화백은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국장이 오화백에게 4단만화를 다시 그려줄 것을 요청한 것이나 오화백이 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돌발사건’이라기 보다는 그동안의 누적된 상호 불만이 일시에 불거져 나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오 화백의 만화와 만평 내용에 대해 편집국에서만 아니라 고위 경영자로부터도 종종 불만이 토로돼 왔다는게 조선 편집국 내부의 해석이다. 전례없는 회사측의 신속한 사표 수리도 그같은 배경에서 이해될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반면 오화백은 이번 사건에 대해 “만화가의 특수한 작업여건과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채 일방적인 시각으로 재단하는 풍토가 문제”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화백은 서울대 미대 출신으로 73년 3월 부터 조선일보에서 만화와 만평을 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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