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마을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몇억원씩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이들에게 옷도 제대로 입히지 않고 라면이나 끓여먹게 했거든요. 사람들이 와서 봤을때 불쌍하다고 느끼게 만들려했던 것 같아요.”

문화일보 광고국 기획특집부 이수용씨(32)는 4년동안 ‘소외된 이웃’이라는 캠페인을 위해 전국 70여곳 인가·비인가 사회복지시설을 다니며 찍었던 사진을 모아 전시회를 열고 있다. 3백만원이라는 거액의 비용을 자비로 들이고서도 그저 흐믓하기만 한게 그의 요즘 심정이다. 사회에 대한 시각에 균형감각을 더하게 해준 좋은 경험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전공인 사진이 일과 함께 하나의 성과를 이루게 된 것.

“거의 4년동안 돌아다니면서 이들의 꿋꿋함에 많이 놀라기도 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후원을 위해서라기보다 저에게 주어졌던 소중한 기회에 대한 작은 보답입니다. 사진 내용은 보도사진인데 사진의 질은 광고사진이라 부조화한 점도 있어요.”

이수용씨는 어찌보면 캠페인 전문 사진가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만큼 캠페인 사진에 대한 그의 시각도 독특하다.

“캠페인 지면에도 일부러 어두운 분위기의 사진을 실을 때가 많았어요. 그러면 후원이 더 잘돼거든요. 하지만 저는 밝은 사진을 더 선호합니다. 저도 처음엔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돌아다녀 보면서 생각을 바꾸게 됐죠. 우리나라는 이제 사회복지시설이나 그외 소외된 사람들이 굶고 헐벗은 사람은 거의 없을 만큼 경제적으로 성장했어요.”

하지만 이들이 정신적으로 누려할 것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이 미치고 있지 못한 것 같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이들에게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인간적인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인정하는데 우리 사회가 아직은 인색하다는 평이다. 그는 무엇보다 이들을 우리 사회의 온전한 구성원으로 끌어안는 포용성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사실 그는 광고국에 웬 사진가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문화일보가 창간하면서 캠페인 담당 사진가를 채용한 것은 모기업의 지속적인 캠페인 협찬을 예상한 일이었다. 아마 광고국에 사진가는 그 혼자가 아닐까싶다. 그는 자신을 행운아라고 자주 되뇌인다. 그는 또 이번 전시회 사진들을 모아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판매보다 관련 자료로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팜플렛 뒷편에는 ‘따스한 정을 나누는 곳’이라며 다녀온 곳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함께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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