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디오 방송계의 양대 그룹인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과 인퍼니티 브로드캐스팅 합병소식이 미국 방송계를 강타했다.

최근 뉴욕 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은 6월 20일 인퍼니티 브로드캐스팅과의 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미국 전역에 CBS 등39개의 방송국을 소유한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이 39억달러에 44개의 라디어 방송을 갖고 있는 인퍼니티 브로드캐스팅을 인수 합병한 것.

이에 따라 웨스팅 하우스 일렉트릭은 하워드 스턴, 돈 아이머스에서 찰스 오스굿 등 라디오계 거물급 스타들과 CBS 방송네트워크를 비롯 83개에 이르는 방송국을 거느리게 됐다. 이는 미국 전체 라디오 방송국의 32%에 해당하는 것이다. 연간 광고 매출액만도 10억 달러에 이르게 된다.

미국 라디오 방송계의 ‘공룡’으로 부상한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은 광고주들에겐 더욱 매력적인 방
송 네트워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최대의 라디오 방송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해지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광고주들에게는 라디오 방송의 주가가 한참 상승세에 있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는 라디오 방송이 가장 효과적인 광고 매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대부분이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어 광고효과가 그 어떤 매체보다도 낫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수년동안 미국 라디오 방송의 광고료 수입은 신문은 물론 TV의 광고 매출 증가세를 앞지르고 있다.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의 인퍼니티 브로드캐스팅 인수 합병은 이같은 라디오 방송업계의 경영 호조에 힘입은 것이기도 하지만 지난 2월 개정된 방송법이 방송국 소유 제한을 크게 완화해 가능한 것이었다. 개정된 방송법은 주요 도시별 방송국 소유 제한 상한을 8개사로 크게 완화했었다.

그러나 FCC(연방통신위원회)의 규정이 아직은 각 방송권역별로 1개 TV에 1개씩의 AM, FM 방송 만을 복수 소유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어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의 인퍼니티 브로드캐스팅 인수 합병이 문제가 될 소지도 적지 않다. 연방의회는 방송법 개정과 함께 방송법과 상충되는 FCC 규정의 개정을 요구했지만 FCC는 아직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이번 합병에 대한 반응은 곱지만은 않다. 매체 소유의 집중에 비판적인 규제론자들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미디어그룹의 탄생이 야기할 수 있는 ‘독점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라디오 방송의 장점으로 인식돼온 다양성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라디오 방송 전문지 ‘M 스트리트 저널’의 편집장 로버트 운마트는 “거대 공룡 그룹의 탄생은 방송의 다양성을 해쳐 창조적이고 흥미있는 라디오 채널은 더욱 찾아보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FCC의 제임스 퀘로 위원도 “방송권역별로 한 방송사가 전체 라디오 방송국의 40% 가까이를 갖고 있는 것은 지배적인 영향력 행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FCC의 방송 소유 제한 규정의 개정 여부가 이번 합병을 무산시킬 정도의 규제력을 갖지는 못할 것이라는게 미국 방송관계자들의 진단이다. 개정된 방송법에는 저촉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FCC의 관련 규정이 ‘힘’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FCC의 향후 대응에 미국 방송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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