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회의 부패상을 파헤친 MBC의 외화시리즈물 ‘옥토퍼스’가 7월 24일을 마지막으로 종방된다. 전체 8부작 중 4부작만 방영되고 도중하차하는 것이다.

‘옥토퍼스’는 기업인·언론인·대학교수 등 사회 고위층이 주도하는 이탈리아의 마피아 조직과 이에 기반한 부패한 권력에 대항하여 싸우는 한 경찰 국장의 힘겹고도 외로운 투쟁을 그린 작품. 사실적 묘사와 탄탄한 극전개로 시사성이 강한 수작으로 평가된다.

‘옥토퍼스’의 도중하차 까닭은 낮은 시청률 때문이다. 시청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5∼8%이며 시청 점유율도 1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낮은 시청률도 문제지만 동일 시간대 4개 채널이 나눠 먹는 시청 점유율조차 25%에 미치지 못해 체면유지조차 힘들었다는 게 방송국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각 방송사들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폭력성·선정성·비현실성 등으로 비판받고 있는 외화시리즈물을 경쟁적으로 방영하거나 새로이 편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옥토퍼스’의 종방 결정이 앞으로의 외화 편성 경향을 더욱 우려할만한 상황으로 몰고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화시리즈의 인기가 예전에 비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국간의 시청률 경쟁은 더욱 자극적인 소재와 영상의 외화 방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짙다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는 실제 현실화되고 있다. 심의 과정에서 과다 노출로 인한 선정성 시비를 받았던 SBS의 외화시리즈 ‘아카폴코 해변 수사대’가 그 대표적인 예다. 밤 12시 이후로 ‘옥토퍼스’와 방송시간대가 비슷한 ‘아카폴코 해변수사대’의 경우 시청률은 10%에 미치지 못하지만 시청 점유율은 40∼50%에 달해 외화시리즈물 가운데 최고의 시청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옥토퍼스’의 조기종방 역시 이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YMCA 시청자 시민운동 본부 백미숙 간사는 이에 “양질의 프로그램을 확보하지 않은 채 방송사들이 방송시간만 늘린 상태에서 질낮은 프로그램으로 시청율을 높이려는 구조적 문제에서 파생된 작품 선정”이라고 비판했다.

SBS편성제작부의 한 관계자는 “시청률 이외에 프로그램 질적 측면에 대해 총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못했다”며 시청률 경쟁에 몰입하고 있음을 솔직히 시인했다.

KBS와 MBC 외화 편성 관계자들도 “외화시리즈에 오락성은 배제한 채 도덕성과 치열한 현실 고민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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