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 언론의 노사문제 불공정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해고자 복직과 함께 쟁점이 된 노조의 작업중지권 논란과 갑자기 봇물 쏟아지듯 하는 경제 위기론이 그것이다.

6월 27일 작업중지권에 대한 보도는 대우조선 노사 합의 내용을 간단히 언급한 뒤 주로 경총의 반대의견과 반발에 큰 비중을 둠으로써 처음부터 형평성을 잃었다. 더욱이 합의문조차 제대로 싣지 않아 정확성에도 문제가 있었음이 지적되고 있다.

합의문에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상의 안전시설 미비시 보완을 요청함에도 불구 회사가 이행않을때”라고 씌여있다. 즉 노조의 작업중지 발동 기준이 법에 근거한 것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겨레등 몇몇 신문을 제외한 대다수 나머지 신문들은 ‘산안법을 기준으로 한 노조의 요구’ 부분을 누락시켰다. 이 때문에 독자는 마치 노조가 임의로 작업중지권을 발동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28일부터는 이에 대한 사설이 일제히 실리기 시작했다. 신문마다 ‘남용의 우려’를 들고 나왔다. 노조 요구의 배경이나 그 효과에 대한 검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작업중지권은 ‘파업에 버금가는 효과’(조선일보)이고 ‘노조의 권력장치’(중앙일보)라며 경계의 시선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중앙은 “작업중지 권한은 경영자에 있으며… 노조가 이를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 ‘개인적’ 권리를 ‘조합적’ 권리로 포장한 논리의 혼란에서 비롯된다”면서 “별로 효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험한 설치물이 될 수도 있다”고 경총의 성명서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 신문사설을 잘 뜯어보면 크게 두가지 논거를 가지고 노조의 작업중지권을 반대하고 있다.

첫째 산안법에 명시된대로 노동자 개인의 긴급대피권은 인정하지만 단체인 노조의 작업중지권은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현장’에 있는 것은 개인이며 단체인 노조는 아니라는 점을 꼽고 있다(문화, 서울, 중앙, 한국). 현장에 있지 않는 노조가 어떻게 급박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똑같이 현장에 없는 단체인 회사측은 왜 작업중지권을 침해당할 수 없는 고유권리로 지금까지 갖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또한 노조가 작업중지권을 요구한 배경을 생각한다면 이런 주장은 더욱 설득력이 없다.

“개별 노동자가 상급자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며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풍토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노조가 작업중지권을 가져야 한다”라는 노조의 주장도 함께 실렸어야 옳다는 지적이다.

둘째 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을 주장하는 경우다(서울, 한국). 특히 한국은 “산안법을 사용자가 지키지 않을 경우 노조가 직접 작업중지권을 갖겠다는 것은 위법에 대한 응징권을 노조가 갖겠다는 것이 된다. 논리와 상식에 맞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 주장 역시 다음 통계를 보면 설득력을 잃는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93∼95년 산안법 위반사범 8천9백66명을 적발, 이중 29명만 구속수사했다. 구속률 0.32%로 평균 범죄 구속률 5.57%의 17분의 1수준이다.”(동아 5월 13일)

우리 산업 현장의 현실이 이러한데 이제껏 외면하다가 이제와서 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을 주장하는 것은 책임있는 언론의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편 위법에 대한 응징권이라는 표현도 온당치 않다. 사용자의 위법에 대한 자위권이며 생존권이라는 단어가 오히려 적절할 것 같다.

언론의 기업 편들기는 경제위기론에서도 계속된다.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수긍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최근 과장됐다는 보도가 나올만큼 요란을 떠는 것은 잘못이다.

더욱이 그 원인으로 고임금과 노사분규 확산으로 꼽는 것은 구태의연한 책임전가이다.

80년이후 제조업체 임금상승률이 연평균 14.7%라는 재경원 자료 인용보도도 눈에 띈다(동아, 서울, 중앙). 특히 동아는 91∼94년 4년간 연평균 19.7% 인상됐다고 컷을 뽑았는데 이는 지금까지 발표된 노동부 통계와 크게 차이가 나 진위여부조차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노사간에 임단협 협상이 한창이다. 경제위기론을 사측 편들기에 교묘히 이용하려는 것을 경계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