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학교교육 보완과 국민의 평생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방송의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정적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 하겠다던 약속 시점인 6월말이 지나 또다시 문민 정부의 정책 조정 능력에 심각한 의구심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교육방송은 90년 정부의 방송 구조 개편에 의해 KBS에서 분리되어 개국한 이래 한국의 교육과 방송의
모든 모순이 집약되어 나타난 듯한 방치의 세월을 지내 왔다.

그동안 주무 부서였던 교육부는 5년이 지나도록 무능력, 무대책, 그리고 무관심 등으로 대별되는 3무(無)의 작태를 계속하고 있다.

그동안 돈 한푼 지원않고 프로그램만 간섭해 왔던 교육부, 예산 책정으로 횡포를 부려온 재정경제원의 거만한 관료들, 그리고 교육방송 중요 안건의 이사회 상정에 사사건건 걸림돌이 되어 온 교육개발원 등으로 인해 방송 운영의 정상화와 자율성을 확보는 요원하기만 하다.

급기야 94년 12월에 교육방송 전직원은 이러한 상태로는 더 이상 국민들에게 양질의 프로그램을 공급하기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눈물을 머금고 방송 중단이라는 최후의 방법으로 교육방송의 안정적인 재원과 미래를 담보 할 수 있는 독립 공영 공사화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방송 주무 부서였던 공보처는 사태의 해결에 아무런 능력도, 소신도 없는 교육부에 문제 해결을 다시 떠넘겨 96년 6월말까지 교육방송의 안정적인 재원을 교육부가 마련한다는 약속에 따라 교육방송 임직원들의 방송중단 사태는 일단락 됐었다.

그러나 20년 동안 교육방송을 피폐하게 만들었던 교육부는 국민과 약속한 시한을 넘긴 시점에서도 전혀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비현실적이고 내용도 없는 이른바 ‘교육방송 원법(안)’이라는 것을 마련해 관계 부처와 협의 중에 있을 뿐이다.

그 내용은 과거의 그 어느 ‘안’ 보다도 후퇴한 것으로 단지 교육개발원으로 부터 분리 한다는 것 이외는 별다른 내용이 없다. 여기에서 제시된 재정 확보 방안은 오히려 과거의 방안보다 훨씬 후퇴한 것들일 뿐이다.

먼저 정부 출연금의 경우, 교육방송은 현재도 정부 출연기관중 가장 많은 예산을 쓴다는 이유로 방송 기관의 특성을 이해할 턱이 없는 고루하고 권위주의적이기로 이름 높은 재정경제원의 반발과 예산 삭감, 인건비 삭감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교육부가 또하나의 재정 확보 방안으로 제시한 지방 자치단체의 출연금과 보조금은 그 발상 자체가 어
떻게 가능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지자체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지자체의 평균 재정 자립도가 60여%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느 지자체가 교육방송에 매년 선뜻 출연금과 보조금을 내려할 것인가. 설령 교육부의 예상대로 보조금과 출연금이 걷힌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교육방숨에 필요한 연간예산의 10%도 채 되지 않는 규모이다.

이같은 교육부의 의도는 너무나 명백하다. 첫째는 교육부가 돈 한푼 안들이고 교육방송을 계속 자신의 산하에 두겠다는 의도이다. 교육방송이야 죽든 말든 산하 방송 기관을 확보하고 있겠다는 욕심이다.

두번째는 교육부의 만성적인 인사 적체를 해소할 도구로 교육방송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방송 개국 초기 교육부는 수십 명의 교육방송 관리관을 파견했다. 교육부로서는 이들의 파견으로 인사적체에 숨통을 틔였는지 몰라도 방송문외한들인 이들의 간섭으로 교육방송은 왜곡되고 시들어갔다. 90년 개국 이후 6년 사이에 전체 인원의 절반가량이 교육방송을 떠났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그동안 교육방송은 본연의 역할 수행을 위해 노력해왔다. 열악한 제작여건에도 불구하고 교육방송 프로그램들이 잇달아 좋은 프로그램으로 뽑혀 그동안의 고달품을 잠시 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교육방송의 제작여건과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더이상의 질좋은 방송제작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교육부는 당장 교육방송 문제에서 손을 떼어야 한다. 정부는 범정부 차원에서 교육방송 문제를 해결하여 문민정부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대로 교육방송을 방치하는 것은 현정권뿐만 아니라 이 땅의 방송인과 모든 국민을 수치스럽게하는 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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