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케이블TV 채널29 CTN에서 구조선총독부에 관한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명색이 전문성을 지향한다는 CATV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내용과 터무니 없는 논리로 시청자들을 우롱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방송의 방향을 철거반대로 미리 정해놓고 여기에 꿰어맞춘 엉터리 방송을 한 것이다. 우선 인터뷰한 사람들의 문제가 두드러진다. 유명한 철학박사가 나와 철거를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었다.

박물관을 철거한후 월드컵대회가 열리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볼 박물관이 없다는 이유가 철거를 반대한다는 이유였다. 물론 월드컵대회도 중요하지만 구총독부 철거와 우리의 문화수준이 무슨관계가 있단 말인가.

어느 화랑의 여사장은 더욱 이상한 주장을 했다. 유럽에 있는 종교적 건물을 예로 들면서 그들 나라는 그 건물이 외세가 침략한 후 세워진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보존하고 있다면서 마치, 그들 나라는 대단히 문화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문화민족이고, 우리는 훌륭한 건물을 철거하는 몰상식한 민족인양 이야기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주장을 편 사람들은 대체로 구 총독부 건물의 철거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철거의 당위성을 주장한 사람은 신용하교수뿐이었다. 그것도 “조선시대 최고의 건물 경복궁을 복원해야 한다”는 단 한가지 이유로. 사람들간에 중요한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이런 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공정성도 확보하지 못한 프로그램 제작자의 각성이 촉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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