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원이 확정된 대북정책마저도 기자들에게 숨기는등 ‘비밀행정’으로 일관, 물의를 빚고 있다. 통일원은 정부의 대북 지원방침이 이미 확정된 10일 통일원 출입기자들의 확인요청에 이를 강력 부인했다가 뒤늦게 번복, 통일원 출입기자들이 권오기 통일부총리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고 대변인등의 기자실 출입을 거부하는등 큰 반발을 사고 있다.

통일원 문무홍 통일정책실장과 김경웅대변인은 지난 10일 다음날 열리는 통일관계장관 회의에서 대북지원방침이 발표되는지의 여부를 확인한 기자들에게 “대북지원방침은 회의 안건에도 올라있지 않다”며 대북 지원방침을 강력 부인했으나 2시간만에 이를 번복, 기자들이 이미 송고된 기사를 정정하는 소동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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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원 출입기자들은 이날 오후 4시경 외무부와 신한국당등에서 “내일 통일관계장관회의에서 대북지원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사전 정보를 입수하고 그 사실여부를 확인했으나 문실장과 김대변인이 이를 강력하게 부인하자 “대북지원이 다소 지연될 것 같다”는 내용의 기사를 송고했다.

기자들의 확인요청에 직접 청와대에 전화를 걸어 보이는등 줄곧 부인 입장으로 일관하던 문실장은 그러나 이미 11일자 첫 신문(초판) 원고마감이 끝난 오후 5시40분경 기자실에 들러 “실무 책임자인 자신이 확인해줄 경우 정부 방침이 확정된 것으로 보도되기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며 “다음날 관계장관회의에서 대북지원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뒤늦게 사실을 확인해줬다.

기자들은 이에 따라 부랴부랴 송고된 기사내용을 정정하는 소동을 벌였다.

통일원 출입기자들은 13일 모임을 갖고 지난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의 4자회담 제의에 대한 확인요청에 대해서도 이를 부인하는등 통일원이 확정된 대북정책에 대해서 번번이 거짓말로 기자들을 속이는 것은 대북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국민에 대한 기만행위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권오기 부총리와 송영대차관에게 철저한 해명과 공식 사과를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했했다. 기자들은 또 거짓말을 한 문실장과 김대변인에 대해 1개월간 기자실 출입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출입처의 공식 언론 창구인 대변인의 기자실 출입을 거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자들은 성명에서 “이번 일은 통일원의 그릇된 대국민, 대언론 자세를 다시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이미 외무부등에서 확인된 내용을 굳이 통일원에서만 보안을 내세우며 거짓말까지 하는 ‘과도한 보안의식’에 대해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경웅 통일원 대변인은 “관계장관회의등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실무자가 이를 기자들에게 곧바로 확인해 줄 경우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빚어진 일이다”며 “경위가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기자들을 속인 꼴이 된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입장을 출입기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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