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개혁국민회의(이하 방개혁)가 국민주 방식의 (가칭)국민방송 설립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방송환경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전파의 희소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과, 방송이 그 막강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틀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자본예속으로 인한 상업화, 저질화, 강대국의 문화종속 현상이 심화돼 왔다는 반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모니터를 통한 감시와 비판 등 소극적인 수용자 운동만으로는 이같은 방송의 폐해를 막는데 역부족이었다는 것이 이들 시민단체들의 고민이었다. 결국 이같은 시민단체들의 고민과 반성은 방송수용자들이 직접 방송을 소유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으로 ‘공영방송사들의 공공성 유지’와 ‘상업방송사들의 폐혜 축소‘를 이룰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아울러 ‘달라진 시민운동의 환경’과 ‘다매체·다채널로 인한 기회의 확대’도 이같은 방개혁의 구상을 구체적으로 이끈 동인이 됐다. 방개혁은 방송이 가지고 있는 전망과 영향력, 그리고 시민운동의 영역이 보다 넓어지고 그 ‘물적토대’ 또한 과거와 다르다는 점 등을 들어 지난 88년 국민주모금에 의해 한겨레신문을 창간했던 당시보다 국민방송에 참여하고자 하는 국민주주들은 훨씬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전반적인 방송정책도 방송선진국의 예처럼 전반적으로 시민사회의 방송접근(public access)을 보장해주는 쪽으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같은 논의를 구체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방송국 설립이 신고제인 신문사와는 달리 허가제인 만큼 국민방송의 설립은 현재 논의중인 통합방송법 제정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어 그리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즉, 방송국 허가권한이 공보처에서 방송위원회로 이관할 경우 국민방송의 설립은 훨씬 용이해질 것이지만 공보처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한결 전망은 어두워진다.

하지만 기술발달에 따라 방송채널의 유한성이 붕괴돼 엄청난 규모로 채널이 늘어나 대기업, 신문사의 방송소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정부 입장대로라면 정당한 절차에 따른 국민방송 설립을 쉽게 거부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방송이 어떠한 채널을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현단계에서는 라디오, 지상파, 위성방송, 케이블PP 등 여러가지 방안이 폭넓게 논의되고 있을 뿐이다.

먼저 FM라디오의 경우는 설립 및 제작운영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점에서 자본력이 약한 국민주 방송으로서는 가장 유효하고 적합한 방송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라디오는 방송의 성격상 메시지 전달에 용이해 국민주방송의 이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매체라는 것이 방개혁 관계자의 설명이다.

AFKN에서 환수한 채널2도 국민방송이 손꼽고 있는 채널 가운데 하나다. 뉴미디어가 도입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전통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점과, 자본력이 취약한 국민방송이 사업성이 취약해 지속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뉴미디어 부문에 선뜻 뛰어들기가 어렵다는 점 등 때문에 신중히 고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위성방송채널, 종합유선방송의 PP로 참여하는 문제 등을 포함,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다 신중한 검토를 한 뒤 결정키로 한다는 방침 아래 보다 참여의 폭을 넓히는데 힘을 쏟기로 했다.

이와관련 광운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이창근교수는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됐는데도 불구하고 상업화, 민영화의 미명하에 여러 시민단체 및 사회단체가 방송에 참여하는 방안은 전혀 검토되지 않고 있다”며 “시민단체 등 공익단체들이 운영주체가 되는 국민방송 설립 논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또 당연히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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