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MBC와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이옥경·방문진)의 위상변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MBC 주식의 70%를 갖고 있는 방문진이 이달 말로 설립 20주년을 맞아 그 위상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문진은 지난 88년 12월 방송문화진흥회법 제정에 따라 MBC의 최대주주로 MBC의 공적 책임 실현하고 이념을 구현하는 등의 역할을 위해 설립됐다. 이사(모두 9명)의 임기는 3년으로 현 이사진의 임기는 2009년 8월까지이다. 이사 9명은 모두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임한다.

이에 따라 정부 여당의 MBC 구조개편 등의 우려가 커지면서 현 이사진이 모두 물러가는 내년 9월 이후 방문진의 인적 구성이 어떻게 바뀌며, 이에 따라 MBC 위상이 어떻게 달라질지가 방송계 안팎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옥경 이사장은 오는 19일 낮 12시부터 서울 여의도 63빌딩 2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20돌 기념식에서 ‘방문진이 지난 88년 설립된 이후 공영방송 MBC를 이끌고 지켜온 데 대한 평가와 방문진의 필요성’ 등을 밝힐 것이라고 방문진 이사와 관계자 등이 전했다. 안오기 방문진 정책팀장은 정치권의 방문진 위상흔들기 움직임에 대해 “방문진의 설립 목적이 외부로부터 MBC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만들어진 기관인 만큼 향후에도 이 역할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는 게 방문진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한나라당·정부 인사들을 불러놓고 방문진이 무슨 얘기를 할지 지켜볼 것”이라며 “정권이 MBC를 정조준하고 있는 백척간두의 상황에서 외압의 바람막이라는 상징적 역할을 수행해온 방문진이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취지의 성명을 16일께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방문진의 한 이사가 16일 “공영방송 MBC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공영성을 강화하기 위해 구성원 스스로 배전의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옥시찬 방문진 이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현재 방문진 이사진 구성상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의 인사들이 많지만 (임기가 끝나는) 내년 8월 이후면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영방송으로서의 MBC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MBC가 그동안 잘해서가 아니라 공영방송이라는 틀을 깨는 순간 MBC가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옥 이사는 “정부 여당과 조중동이 ‘공영방송인지, 상업방송인지 헛갈린다’ ‘방만하다’고 주장하면서 MBC의 형태를 개선해 민영화 등을 내세우는 것은 MBC를 개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옥 이사는 “국민들은 MBC의 광우병·촛불집회 관련 보도를 지켜보면서 그래도 MBC는 공영방송으로 놔둬야 한다는 바람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MBC가 이 같은 지지를 등에 업고 싸워야 하지만 지금까지 공영성 확대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옥 이사는 “일이 터졌을 때만 공영성을 찾을 게 아니라, 평소에도 공영성 수호노력을 했어야 한다. 이후 공영성 강화하기 위해 구성원 스스로 배전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방문진 기념식에는 김형오 국회의장(한나라당)을 비롯한 여야 문방위원, 최시중 방통위원장·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정부관료, MBC 본사·관계사 임원 및 시청자단체 인사 등 3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행사는 이옥경 이사장의 기념사에 이어 고흥길 국회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장·최시중 위원장·유인촌 장관의 축사, 방문진의 역사(영상) 시청과 오찬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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