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사는 지난 5월17일 서울 임광토건 본사에서 안기부 외사국장 출신 안병섭씨를 대표이사로 재선임하는 절차를 밟은 임시 이사회의 회의록 일부를 허위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충청일보사는 5월17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하고 충청일보 대표이사 선임에 대한 안건을 심의, 의결하면서 임시의장인 이종식 전무이사가 안병섭씨를 대표이사로 재선출해 줄 것을 제의하자 김정용 상무이사가 임광수 명예회장과 안병섭씨를 각각 대표이사로 선임해 줄 것을 수정 제의해 이사 전원이 이를 만장일치로 승인 가결했다고 회의록을 작성했다. ▶관련기사 3면

그러나 회의록에 임광수 명예회장과 안병섭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돼 있는 김정용 상무이사는 이날 이사회에 참석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상무는 이사회 예정 시간이 당초 이날 오후 4시에서 한시간 앞당겨진 사실을 모르고 오후 4시께 이사회 개최 장소인 임광토건 서울 본사를 찾았으나 임시 이사회는 이미 폐회된 뒤였다.

이와 관련, 김상무는 지난 1일 오후 본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5월17일 이사회에)가보니 이미 끝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시간이 변경된 것을 몰랐다”며 “그시간에 바깥에 있었다”고 말했다.

김상무는 또 회사측이 이사회 결과를 추후에 통보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아니다”라면서 “회의 내용에 대해 모른다”고 덧붙였다. 안씨를 사장으로 재선임한 이사회 회의록 자체가 허위 작성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안씨의 사장 자격의 합법성 여부가 의문시되고 있다.

충청일보사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를 선임토록 돼 있는 정관 규정과 달리 지난 4월19일 임시이사회에서 안병섭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가 노조가 이의를 제기하자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 5월17일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재선임하는 절차를 밟은 것이다. 이사회 기록에 따르면 안씨는 이날 이사회 전에 사의를 표명했던 것으로 돼 있다.

한편 충청일보사는 지난달 29일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노조 부위원장과 사무국장 등 전 노조 간부 3명을 상대로 박수현 현 노조위원장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면 징계 수준을 낮추겠다며 회유 작업을 벌이는 등 안기부 출신 사장을 반대하는 노조집행부에 대한 회사측의 와해 공작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득 전 노조 부위원장은 “회사쪽 관계자가 29일 오전 박위원장 반대 성명을 발표하면 징계 수위를 낮출 수 있다고 제안해 왔으나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회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공동대표 한덕현·박창식)’는 지난 28일 오후 ‘회사원 총회’와 ‘노조원 회의’를 잇따라 열고 박수현 현 노조위원장의 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는 서명 작업을 벌여 노조원 41명의 서명용지를 박위원장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박위원장은 “안기부 간부 출신 사장이 물러서지 않는 한 노조 위원장직에서 물러설 수 없다”며 비대위의 사퇴요구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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