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경그룹이 신문전쟁의 유탄을 맞았다.

26일 방-이 회동 내용에 대한 조선, 삼성간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중재에 나선 선경이 갈팡질팡하는 태도를 보여 구설수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27일 각 언론사에 뿌린 삼성의 보도자료. 삼성은 출처를 밝히지 않은 이 보도자료에서 두 사람의 회동이 최회장의 주선에 의해 이뤄졌으며 “이회장은 중앙일보 보급소 사건에 대해, 방고문은 조선일보의 보도에 관해 서로 유감의 뜻을 밝혔다”고 적시했다. 이에 따라 기자들의 문의가 선경쪽에 폭주하자 선경은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

선경은 이 자료에서 “최종현 회장이 이회장과 방고문을 만찬에 초대해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이 자리에서 주로 최근의 언론사태에 대한 양측의 입장과 사태해결을 위한 솔직한 의견교환이 있었고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보도자료가 나가자 조선일보가 발끈했다. 조선은 즉각 “조선일보가 동의하지도 않은 내용을 어떻게 보도자료로 내보낼 수 있느냐”며 선경에 강력히 항의했다는 후문이다. 조선일보가 이렇게 항의를 한 까닭은 그 전날인 26일 조선일보, 삼성, 선경의 실무자 회의 결과 때문이었다. 26일 3사의 실무자들은 25일 회동 내용에 대한 공동 발표문 내용과 문구를 상의했지만 조선일보의 이의제기로 합의에는 실패했다. 선경이 조선일보와 합의하지 않은 내용을 27일 오후 보도자료로 뿌렸다는 것이 조선측의 주장이었다.

조선일보의 항의를 받은 선경은 해당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취소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28일자 중앙일보를 비롯한 경향, 한겨레신문이 이 내용을 보도했다. 이로인해 선경그룹 이노종 홍보이사는 이 문제로 28일 조선일보를 방문해 안병훈 전무와 송희영 경제부장을 방문해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이 이사는 기자들의 재확인 요청에 대해 “최회장은 만남을 주선한 것이 아니다. 어느 쪽에서 먼저 만나자고 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최회장이 두 사람의 대화를 중재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해명했다. 또 보도자료는 최회장의 결재없이 홍보실에서 자체 판단해 작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조선일보와 선경은 최 회장이 조선일보의 비상임 이사를 맞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언론계와 재계 안팎에선 선경이 조선일보와 삼성, 중앙일보간의 무시무시한 전쟁에 잘못 끼어 들어 얻은 것 없이 손해만 본 꼴이라는 분석이 나돌고 있다. 뜻은 좋으나 일처리가 말끔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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