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맛이다. 기자들의 자존심에 먹칠한 것 아니냐”

조선일보 방고문과 삼성 이회장이 회동한 직후인 지난 26일 오후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이 조선일보를 ‘사과성’ 방문한 것에 대한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이렇게 침통한 심정을 털어놨다.

실제 중앙일보의 많은 기자들이 홍사장의 조선일보 방문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한 기자는 “당초 남원당지국 살인사건과 관련해 사과문까지 게재했고 그후 경쟁지들이 거의 매일 비난기사를 게재할 때도 침묵하다시피 했는데 이제와서 사과방문이라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전했다.

지난 달 25일 이건희 회장이 방회장과 회동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최근 신문전쟁에서 ‘우리가 이겼다’는 분위기가 중앙일보 기자들에게는 일반적이었다. 그러던 기자들에게 사장의 ‘사과성’ 방문은 전세가 한순간에 뒤집혔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26일 저녁 중앙일보 편집회의에서 일부 편집국 간부들이 홍사장의 조선일보 방문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고, 고흥길 편집국장은 이에 대해 “사태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간에는 일부 편집국 간부의 항의성 사표 제출설까지 나돌기도 했다.

더욱이 중앙일보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석에서 “중앙일보 입사 이후 이렇게 큰 비애감을 느끼기는 처음”이라고까지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저녁, 많은 중앙일보 기자들이 울적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회사근처의 여러 주점에서 서너명씩 패를 지어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러나 홍사장이 조선일보를 방문한 이후에도 ‘명예회복’을 위한 법적 대응을 계속한다는 데 대해 기자들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앙일보 기자들의 분위기는 점차 진정되고 있다고 한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의 또다른 한 기자는 “이제 태풍도 지나갔고 대부분 기자들은 분위기 쇄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라고 편집국 분위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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