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들은 협찬 유치를 둘러싸고 묘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사세 경쟁이 신문 사업을 벗어나 협찬행사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언론사의 협찬행사 가운데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은 바둑대회. 현재 재벌사의 협찬을 받아 언론사가 개최하고 있는 프로바둑대회 수는 총 10개다. 이 가운데 국내대회론 △동아일보의 국수전(대우자동차) △서울신문의 패왕전((주)대우) △중앙일보의 왕위전(삼성그룹) △한국일보의 명인전(대우증권) △경향신문의 국기전(대우중공업) △매일경제의 테크론배프로기전(LG정유) △SBS배연승바둑 최강전(진로그룹) 등이 있고 세계대회로는 △동아일보의 세계바둑최강결정전(대우그룹) △조선일보의 LG배세계기왕전(LG그룹) △중앙일보의 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선수권대회가 있다.

처음 싸움이 벌어진 곳은 국내대회다. 89년 세계일보는 창간 기념으로 기성전을 제정하고 그 예산규모를 1억5천만원으로 잡아 처음 1억원 시대를 열었다. 이에 자극받은 중앙일보, 매일경제가 왕위전, 테크론배프로기전의 예산을 각각 2억3천만원과 2억원으로 대폭 늘려 기성전을 앞서버렸다. 현재 다른 대회들도 대부분 1억원을 상회하는 예산규모를 나타내고 있다.

이제 언론사의 바둑대회 경쟁은 국내를 벗어나 세계대회로 향하고 있는 추세다. 올 3월 동아일보가 대우그룹의 협찬을 받아 1억원의 우승상금과 3억원의 예산을 들여 첫 세계대회인 ‘세계바둑최강결정전’을 창설했다. 그러자 4월 조선일보는 LG그룹의 협찬을 받아 국내대회인 기왕전을 LG배세계기왕전으로 전환시키고 11억원의 예산과 2억원의 우승상금을 내걸었다. 다시 7월 중앙일보가 예산규모 15억원과 우승상금 3억2천만원을 내걸고 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선수권대회를 창설, 3파전의 맞불을 질렀다.

협찬행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대표적 설전은 94년 3월 동아마라톤대회의 경우. 당시 김완기 선수가 신기록을 내자 조선일보가 마라톤코스가 3백미터 짧아 육상연맹에서 신기록을 취소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내 이에 동아일보가 진상을 밝히겠다고 나서며 양사가 맞서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95년 8월에도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서울연극제의 ‘현대연극상’이 졸속으로 제정됐다는 비판기사를 게재, 양사의 신경전을 연출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