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학회 집행부의 에너지를 모두 빼앗아간 맥브라이드 라운드 테이블 서울회의가 지난달 27일 끝났다. 이번 회의는 나름대로 많은 의미를 갖지만 크게 다음 세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1984년 미국과 영국, 그리고 싱가포르의 유네스코 탈퇴로 침체돼왔던 비판적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재점화를 위한 토론의 장을 열어 커뮤니케이션 불균형의 문제와 ‘커뮤니케이션 권’(The Right to Communicate), 또 민주적 커뮤니케이션 제도의 확립과 관련된 이론적·정책적 쟁점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해 볼 수 있었던 점이다. 서울회의는 또 인터네트와 디지틀기술, 정보고속도로 등의 기술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룸으로써 다가오는 21세기 세계 커뮤니케이션 질서가 어떻게 구성돼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둘째로 생각할 수 있는 의미는 아시아 지역 커뮤니케이션 연구자들의 체계적 조직화를 위한 초석이 마련된 점이다. 이번 회의를 서울로 유치하면서 조직위원회는 아시아의 목소리를 들어볼 기회를 만들자고 합의했고, 이같은 합의에 따라 호주와 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 일본 등의 학자들이 초청됐다. 이들은 기대한대로 유럽이나 아프리카와 차별되는 시각을 제시했고 아시아의 연구수준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됐음을 과시했다. 국제 커뮤니케이션에서 아시아 지역도 독자적인 시각으로 의제를 설정해 나갈 수 있는 저변이 확보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좀더 구체적인 수확으로는 이번 회의에 참석한 아시아 학자들간에 유기적인 연구협조를 위한 조직화를 시도하자는 합의가 이루어진 점이다. 내년 이 맘때 쯤이면 아시아 지역 커뮤니케이션 연구자의 인명록이 발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세번째로 중요한 의미는 이번 회의에서 비디오운동과 통신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NGO 대표들이 참여하는 토론의 장을 유치한 점이다. 인도와 필리핀, 일본 등에서 컴퓨터 검열문제나 독립 비디오 제작에 대한 규제 등에 대항해 열린 사회의 틀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많은 시민운동가들이 참여해 의견을 교환하고 국제적 협력의 틀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맥브라이드 라운드 테이블 집행위원회도 시민운동적 접근법의 유용성과 정당성을 깊이 동감하고 국제적 연대를 위한 이론과 실천적 토대를 함께 만들어 가기로 뜻을 같이했다.

내년도 라운드 테이블은 초대 집행위원인 필란드 탬피어대학 노덴스트렝 교수의 제안에 따라 50주년 행사를 갖게되는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파리나 ITU 본부가 있는 제네바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 혹시 아랍권과 아프리카의 입김에 더 강하게 작용하면 지중해 지역으로 장소가 결정될 수도 있다. 초거대 기업들과 강대국들 사이에서 아주 조그맣게 제기되는 소리이지만 이같은 모임이 계속되고 있는 점에서 위안을 느낀다.

스스로의 문제이기도한 커뮤니케이션 문제에 많은 언론인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기대한다.
(맥브라이드라운드테이블 서울회의 조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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