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사전에 알려야 글을 쓸 수 있는 인터넷 게시판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전체 네티즌의 62%가 여기에 해당됐다면, 내년부터는 10명 가운데 9명이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3일 인터넷 본인확인조치 의무대상 사업자를 1일 평균 이용자수 10만 명 이상의 모든 게시판 운영사업자로 확대하는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사업자들은 게시물이 오른 뒤 6개월 간 게시물 작성자의 정보를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본인확인제는 1일 평균 접속자 20만 명 이상의 인터넷언론사이트와 30만 명 이상의 포털·UCC사이트에만 적용돼 왔다. 개인정보 보관 의무도 없었다.

방통위 쪽은 본인확인제 강화에 대해 "이용자나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사항이라지만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이 증가하고 있다"며 "역기능 해소를 위한 자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정부차원의 강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인확인제 확대로 인한 개인정보 오·남용과 유출 위험, 그리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익명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는 "권력자의 보복이나 사회의 편견을 피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익명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주민번호라는 중요한 개인정보가 축적되면서 개인정보 대량유출사고의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사이버인권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주최한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자유와 소통이 기본인 사이버 공간에 감시와 통제, 제재 장치를 갖다 붙이려 하고 있다"며 "상대방에 대한 인격적 침해는 최소화하면서 사이버 공간을 자유롭게 하는 사이버 인권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지난 9월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 101호에서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번에 의결된 개정안은 연말 공포를 거쳐 내년 4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방통위는 예상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달 5일 임시조치 불응 시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처벌과 침해사고 발생 정보통신망에의 접속요청권 신설, 그리고 불법정보 유통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 의무 부과 등을 뼈대로 한 정보통신망법 전부 개정안을 의결한 상태여서 논란은 확산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