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언론이 ‘위태’롭다.
수하르토 정권이 민주당(PDI) 당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49)를 중심으로 뭉친 반정부세력에 대한 탄압을 본격화하면서 언론탄압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7월 27일 열린 반정부 시위는 인도네시아 국내외 언론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됐고 외신은 인도네시아 정부에 비판적인 시각에서 이 사건을 다루었다. 이에 하르모코 공보장관은 8월 9일 ‘안타라 통신’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태에 대한 외신보도 내용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며 언론인의 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후 인도네시아 언론계 소식통들은 군부와 정부가 메가와티에 긍정적인 보도를 자제하라며 지속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는 기자가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이 발생해 사람들을 긴장시켰다. 살해된 기자가 사망직전에 보도한 내용은 토지문제와 관련해 정부를 비판한 것으로 정부가 보도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을 짐작케 하고 있다. 이런 정황들이 겹치면서 인도네시아 언론환경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 대한 압력은 단순한 경고 수준이 아니다. 매일 정부로부터 보도지침이 내려오고 정기간행물의 발행도 허가를 받아야 가능할 정도다. 현재 공보장관인 하르모코가 집권당 골카르의 당수일만큼 정권과 언론통제가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

정부의 언론탄압이 가장 극에 달했던 때는 지난 94년. 당시 수브라타 공보부 언론국장은 6월 유력주간지 뗌뽀(Tempo), 더틱(DeTik), 에디또르(Editor)에 대한 출판물 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지식인들의 필독서처럼 읽혀지던 뗌뽀지에 대한 폐간 이유는 여러차례의 경고를 무시하고 보도지침에서 벗어나 국가안보와 정치안정을 해치는 보도를 했다는 것이었다.

날카로운 보도로 자카르타에서만도 45만부가 나가던 최대의 주간지 더틱을 폐간한 이유로 든 것은 범죄기사와 일반뉴스만 게재키로 한 허가조건을 벗어나 정치적 보도를 일삼았다는 것이었다. 에디또르는 허가없이 편집국장을 교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런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권력층 내부의 갈등을 파헤치고 보도해온 반정부 언론들에 대한 응징으로 해석했다.

이를 반영하듯 인도네시아 정부의 언론탄압은 오히려 조직적인 언론자유운동을 불러일으켰다. 인도네시아의 양심적 언론인들이 기존 조직인 인도네시아언론인연합(PWI)을 비주체적이고 어용적이라고 비판하면서 독립언론인동맹(AJI)을 결성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게 된 것이다.

인도네시아 언론환경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게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폐간된 언론들도 그랬지만 아직도 언론들이 정부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를 늦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뗌뽀지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을 담당한 자카르타 행정재판소는 지난해 5월 뗌뽀측에게 정기간행물 허가증을 다시 발급해 주도록 공보부장관에게 명하는 판결을 내려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 열린 항소심 재판부도 이 판결을 지지했다.

올해 4월 복간한 뗌뽀지는 그러나 이미 대부분 기자들이 떠나고 그때의 조직이 사라져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