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분노하고 있다.” 12·12및 5·18 사건 선고 공판을 보도하는 광주지역 언론의 논조다. 광주지역 언론은 8월 26일 정호용·황영시씨등 일부 피고인에게 광주유혈 진압등 내란목적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자, “학살 책임자에 면죄부를 주었다”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광주일보는 이날 사회면 머릿기사로 시민들의 반응을 다루면서 “수백명 생명 앗아간 살인자에 면죄부” “역사 바로세우기 의미 퇴색”등 재판부의 판결 내용을 맹공했다. 광주일보는 다음날에는 1면 머릿기사로 ‘학살 핵심에 면죄부만’이라는 기사를 게재하는 등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무등일보는 역시 사회면 머릿기사로 다룬 시민반응 기사에서 “양민학살 훈포장자에 무죄라니”라고 개탄했다.

전남일보는 27일 1면 머릿기사로 5·18 관련 기획을 시작하면서 ‘핵심 덮어둔 단죄, 한계’라고 비판했다. 전남일보는 이 기사에서 정호용, 황영시씨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은 “당초 정치적 필요에 의해 시작된 이 재판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 국민의 법감정과 뒤떨어졌다”고 비난했다. “5·18이 12·12의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원색적인 공격을 퍼붓기도 했다.

광주매일은 물량면에서 압도적이다. 광주매일은 27일자 신문에서 전체 24면중 스포츠, TV프로 안내와 전면광고면을 제외한 20개면을 5·18 재판 선고 관련 기사로 채웠다. 광주매일은 검찰구형이 내려진 지난 8월6일자에는 4단인 시사만화 형식을 파괴, 6단으로 키워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백무현화백은 “5·18 학살 책임자에 대한 단죄라는 역사적 의미와 광주 지역 언론으로서의 특성을 살린다는 의미에서 4단으로 고정된 시사만화 형식의 파괴를 시도했다”며 “먼저 편집국장과 상의해 6단으로 하기로 결정해놓고 만화를 그렸다”고 말했다. 광주매일은 선고 공판때도 6단만화를 게재할 방침이었으나 선고 내용이 기대에 못미치자 이를 포기했다. 광주매일은 사설에서 이번 판결을 ‘오진’이라고 규정했다.

한편 대구지역 언론은 광주지역 언론이 이번 판결에 대해 ‘분노’ 일색인 것에 비해 일부 ‘동정론’을 펴기도 해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매일신문은 ‘중형에 일부 동정적 반응’이라는 제목의 상자기사를 실기도 했다. 26일자 사회면 머릿기사로 보도한 시민반응에서는 “사면을 통해 국민화합을 통한 새로운 국가건설을 촉구하는 여론도 만만찮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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