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지상파 방송광고 독점 판매대행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가운데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방송광고시장 완전경쟁체제가 바람직하다는 보도자료를 1일 발표했다. 그러나 중간보고서 성격의 이 보도자료는 완전경쟁체제가 취약매체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언론 다양성 우려를 반박하는 논거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 지난 9월4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방송통신 선진화를 통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방안'. ⓒ방통위  
 
KISDI는 이날 공개한 '방송광고 현황 및 제도개선 방안 연구' 중간보고서에서 방송광고 판매대행 경쟁도입으로 늘어나는 방송광고 매출액을 약 4863억 원(광고수요 20% 증가, 시청률 1%p 상승 가정 시)으로 전망했다. 시청률 10% 이상인 프로그램의 평균 광고가격은 12.2% 상승하고, 시청률 10% 미만은 약 19.7% 하락해 광고매출액이 약 6.8% 증가한다는 추정이다.

KISDI는 "KOBACO의 독점적 기능을 시장경쟁으로 대체하더라도 경제적 충격 및 공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지상파방송의 항구적 공익수행과 시청자권익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KISDI는 "프로그램의 건전성은 광고제도를 통하지 않더라도 내용규제와 편성규제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신문광고 매출도 15%대를 유지하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듯 인쇄매체의 비중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방송광고 경쟁체제 우려를 '기우'로 일축했다.

그러나 KISDI는 지역방송나 종교방송이 '연계판매' 중단으로 경영난을 겪게 되고 민영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방송광고판매대행사) 도입 이후 신문광고에도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에는 구체적으로 반박하지 않았다. 한국광고주협회가 추산한 지난 2007년 한 해의 '연계판매' 광고비는 2873억 원이었으며, 1988년 이후 이뤄진 총 '연계판매' 금액은 3조7000억 원이 넘는다. 이 비용은 시청률도 저조하고 광고주도 원치 않는 프로그램에 '끼워팔기'라는 지적을 받아왔으나, 지역과 장르별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보장해왔다는 평가도 있다.

김현 지역MBC정책연합 팀장은 지난 5월 MBC노보 기고문에서 "'연계판매'의 불법화는 지역MBC의 공적재원 구조를 해체하는 것으로 사실상 MBC그룹 전체의 민영화 작업 개시를 의미한다"며 "'지방교부세'처럼 지역 시청자의 방송주권을 위한 '연계판매'는 공영방송 MBC를 지키는 정당한 제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방송광고판매 경쟁체제 도입은 KBS-2TV 분리 민영화와 MBC 사영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방송광고제도 변화에 따른 매체별 광고비 영향 분석 결과. 완전경쟁의 도입 시 현 체제 유지 대비 광고비 변동(단위 : 억원, %) ⓒKOBACO  
 
인쇄매체의 광고비중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이견도 있다.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가 KOBACO에 의뢰해 작성한 '방송광고제도 변화에 따른 매체별 광고비 영향 분석' 결과에 따르면, 완전경쟁체제 도입 1년 후 일간지 광고시장 총 광고비는 현 연 1조6919억 원에서 1조2617억 원으로 -28.1%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매체 광고단가 인상으로 신문 광고비 일부를 전용한다는 시뮬레이션에 대해서는 신문의 '보험성 광고'를 무시했다는 지적이 있으나, KOBAO 체제 아래 상대적으로 높은 단가를 유지해왔던 신문광고가 '후폭풍'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여러 변수가 있긴 하나 프랑스에서는 민영 미디어렙 도입 이전인 1986년 방송 22%, 신문 33%였던 광고비율이 도입 이후인 1998년 방송 40%, 신문 27%로 역전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한국신문협회는 지난 2005년 8월 임시총회에서 '광고수주에 대한 과잉경쟁, 지나친 시청률 경쟁을 통한 방송의 공익성저해, 신문 방송간 균형발전 훼손'을 이유로 경쟁체제 도입을 반대한 바 있다.

특히 KISDI가 1일 보고서에서 시청률 10% 미만인 프로그램의 광고가격이 약 19.7%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대로라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을 존속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지금도 시사교양인지 오락인지 장르별 구분이 모호한 판에 편성규제에 기대하기는 어렵다. 저널리즘 기능을 발휘하는 프로그램들은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퇴출 될 것"이라며 "지역과 종교방송, 그리고 신문산업에 대한 고민도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 2008년 11월30일 주요프로그램 전국 시청률. ⓒAGB닐슨/TNS  
 
앞서 헌법재판소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27일 지상파 방송광고 독점판매를 규정한 방송법 제73조 5항과 시행령 등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내년 12월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981년 설립된 KOBACO는 지상파방송사의 광고를 독점대행하면서 편성·제작과 광고영업의 제도적 분리를 담보하는 한편 과잉 광고수주 경쟁과 지나친 시청률 경쟁을 막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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