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생방송 날아라 호킹>



SBS의 <생방송 날아라 호킹>은 방송국 스튜디오와 전화선을 통하여 연결된 시청자가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서 컴퓨터 게임을 하는 장면을 생중계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생방송 날아라 호킹>이 시청자가 직접 참여해 진행되는 다른 프로그램들과 구별되는 점은 시청자가 스튜디오까지 나올 필요없이 자신의 집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손범수씨가 진행하던 <생방송 게임천국>(KBS)이 처음으로 시도했는데 <생방송 게임천국>이 비교적 고학년의 청소년층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했던 반면, <생방송 날아라 호킹>은 저학년의 초등학생들이 주시청층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두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형식은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생방송 게임천국>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현대적 통신기술에 기초한 최초의 쌍방향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가 수동적으로 프로그램을 시청하기만 하는 단계를 넘어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송신자와 수신자가 함께 만들어 가는 쌍방향 프로그램은 미래 방송의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생방송 게임천국>이 아직은 기술적으로 완전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통신 기술과 컴퓨터를 창조적으로 활용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반면 <생방송 날아라 호킹>은 방송의 상업적 목적을 위해 어린아이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생방송 날아라 호킹>은 <생방송 날아라 코바>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데 <생방송 날아라 코바>는 보통 시청률이 낮은 오후 방송시작 시간대에 편성됐음에도 높은 시청률을 보여 주었고 당시 프로그램의 진행자였던 신인 MC 김예분을 스타로 만들어 놓을 만큼 어린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

이는 김예분의 신인답지 않은 자연스럽고 능숙한 진행 덕이기도 하지만 누구라도 전화를 걸어 좋아하는 컴퓨터게임도 하고 선물도 받을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이 어린아이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청자가 평소 대단해 보이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주었고 그것이 주체적인 참여라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이 교육적으로 개발되지 못하고 후속프로그램에서도 여전히 컴퓨터게임이라는 오락적인 소재에만 머물러 있는데 이는 방송사가 어린이들을 프로그램의 상업적 성공의 볼모로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게 만든다.

또 게임에서 이긴 승자에게 제공하는 협찬사의 선물이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너무 많고 고가품이라는 사실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의 순수한 호기심을 변질시키고 사행심을 조장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얼마전 프랑스에서 컴퓨터교육이 어린이들의 교과과정에서 제외됐다는 뉴스가 화제를 모았다. 컴퓨터가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 개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진보된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이 교육적 입장에서 항상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인 것이다.

이제 우리도 방송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진 어린이들에게 어떤 교육적 영향을 미칠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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