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제’ 신문보도


‘정리해고제 추진’ 등 노동법 개정을 포함한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 대책에 대해 중앙 일간지들은 반론과 대안 제시보다는 정책 나열과 해설 수준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또한 정리해고제에 대해서도 노동계의 입장보다는 정부와 재계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경제성장을 제약하고 있는 4대 고비용(고임금, 고금리, 고지가, 고물류비용) 중에서도 고임금이 최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으며, 사용자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하여 정리해고제 확대를 비롯한 변형근로제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배경에서 추진되고 있는 정리해고제에 대한 언론 보도의 문제는 다음과 같이 지적될 수 있다.
첫째, 정부 정책 옹호 및 지지이다. 중앙일보는 “정리해고제나 근로자 파견제는 결코 뜨거운 감자여선 안될 국제적 기준의 고용제도”라며 “이런 발상의 전환으로 신노사관계 차원에서 새 고용제도의 도입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법개정으로 이어져야 할 것”(7/4 사설)이라고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또한 조선일보도 “노동시장을 지나치게 경직화하고 산업의 경기 대응력을 크게 제약함으로써 국제 경쟁력 약화의 주요인의 하나로 간주되어 왔다.”(7/4 사설)라고 주장했다. 이들 사설은 “제도남용이나 악용을 견제하는 적절한 완충장치가 보완돼야 한다”고 단서를 달고는 있으나 일방적으로 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입장이다.

둘째, 정리해고제에 대한 노동계 반발의 축소 보도이다. <노동계 ‘정리해고’ 반발, 노총-민주노총 “강행땐 연대투쟁 불사”>(조선), <‘정리해고제’ 노동계 큰 반발, 노총.민주노총 “고용불안 초래…강행땐 결사 저지”>(한겨레)등을 제외하고 다른 신문들은 노동계의 이같은 입장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셋째, 임금협상 시기를 맞아 경제위기론을 내세운 재계의 입장을 대서특필하면서도 노동자의 입장을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 최근 경총등이 제기한 ‘경제위기’문제를 다루면서 대다수의 언론은 노동자의 부담 가중 측면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동아일보가 ‘고비용부담 근로자에 분담 요구’라고 제목을 뽑기도 했지만 단순히 배경 설명만 할 뿐 노동자 입장에서의 문제제기는 없었다.

한겨레신문만이 “과거 경제위기때마다 등장했던 ‘노동자의 희생에 의한 경제회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논리로 포장된 재계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자세를 고수하려 하는 한 노사관계의 발전은 물론 경제난 타개도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7/4 사설)고 지적하고 있을 뿐이다.

경제를 걱정하면서 과소비, 무역수지 적자를 의제로 설정하여 국민 의식을 계도하려는 언론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방적인 정부 정책 홍보와 재계 이익 옹호를 위한 주장은 국민 합의가 아니라 반발이라는 현상만을 낳을 뿐이다. 진정 새로운 노사관계 정착을 바란다면 사용자의 입장만이 아니라 노동자 입장에서도 ‘문제’를 바라보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