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4시30분. 언론노련 중앙위원들과 충북 지역 노동·사회단체 회원 60여명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청주시 사창동 충청일보사 앞에서 ‘안기부 사장 퇴진 결의대회’를 시작하자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충청일보 사원 70여명이 ‘충청일보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주도 아래 몰려나와 집회를 방해해 물의를 빚었다.

비대위측이 “언론노련은 각성하라”는 등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등 소란이 계속되자 이형모 언론노련위원장은 “작년까지만해도 안기부출신 사장 반대 운동에 함께했던 충청일보 사원들이 지금은 안기부 사장을 지키기 위해 우리앞에 서있다”며 착잡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1면에 해명서 게재도

○…비대위는 지난 4일자 충청일보 1면 5단 광고에 ‘도민께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해명서를 게재해 안기부 출신 사장 임명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비대위는 해명서에서 “(안기부 외사국장 출신) 안병섭씨가 정통언론인이 아닌 것에 대한 사원들의 반발이 처음엔 컸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일부 부정적인 시각을 떨쳐 버릴 수 없지만 사장선임 문제는 기업을 운영하는 사주의 고유권한”이라며 안기부 출신 사장의 임명을 애써 합리화했다.

비대위는 또 “극소수 강성 노조원들이 재야단체와 연계해 사장퇴진과 불매운동을 벌이는 상황”이라며 “노조가 강경일변도의 각종 불법투쟁을 벌여 지금은 노조위원장 등 5명을 제외한 전직원이 노조에 등을 돌렸다”고 노조를 일방적으로 매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비대위 한덕현 공동대표 등 충청일보사 사원 10여명은 4차례에 걸쳐 ‘안기부 출신 사장 퇴진을 위한 충북공동대책위원회’ 사무실을 방문, 불매운동 등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공대위측이 이를 거부하자 “그런 식으로 나오면 우리도 생각이 있다”며 은근히 협박, 공대위측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충북공대위의 한 관계자는 “충청일보의 문제는 한 지방 일간지의 문제가 아닌 지역 사회 전체의 문제”라며 “충청일보사측이 그어떤 형태로 압력을 가해도 지역사회의 바른 언론을 지키는 것은 시민들의 의무이자 권리인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비인격적 처사에 분노

○…한편 지난달 26일 노조 간부직을 사퇴한 조모 부위원장등 3명은 반성문을 제출한 뒤 회사쪽으로부터 “노조 게시물을 철거하라”, “시민단체들이 거리에 부착한 충청일보 스티커를 떼어와라”는 등 상식 이하의 행동을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한사람은 지난 2일 충북공대위를 ‘항의방문’했으면서도 아무말도 없이 잠시 서있다가 돌아가 이들의 행동이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님을 시사했다.

이날 이 전노조간부를 만난 충북공대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노조활동한 것이 미워도 사람을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회사측의 비인격적 처사에 화살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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