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는 지난 1일부터 적용된 정간법을 하나의 ‘사건’으로 보는 분위기다.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언론보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수용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속에서 반론권 보장을 사실상 명문화한 정간법이 몰고 올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사회부 기자들을 중심으로 당장 현실화되고 있다. 반론권과 관련한 구체적인 취재지침이 내려지고 데스크들의 주문도 예전과 비교하면 훨씬 늘었다.

경향신문 등 일부 신문은 단순 사건기사에도 피의자의 ‘반론’이 기사 말미에 등장하는 등 변화의 바람은 이미 지면에 나타나고 있다.

반응은 크게 두 갈래다. 법 개정의 취지엔 동감하지만 취재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시각과 반면 이른 감은 있지만 앞으로 우리 언론이 나갈 방향이란 점에서 전향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개정 정간법에 따르면, 사건기사의 경우 보도가 범죄사실과 일치할 경우에도 피의자의 반론을 기사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피의자는 이에 대해 반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돼 있다. 또 피의자가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청구하면 이에 대한 당사자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언론중재위가 직권으로 중재내용을 결정하면 언론사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결정 7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내면 중재결정은 자동으로 무효화된다. 그러나 문제는 언론중재위의 결정에 따르지 않는 언론사는 십중팔구 법적 처벌을 면키 어렵다는 점이다.

법원은 현재 언론중재위의 판단을 법적으로 대부분 추후 공인하는 형태로 재판을 진행시키고 있다. 그만큼 언론중재위의 판단이 재판과정에서 중시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사는 언론중재위의 결정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중앙일보 사회부 신성호차장은 “범죄기자의 경우 피의자가 구속된 상태에서 현실적으로 반론권을 보장하기는 힘들다”며 반론권의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신 차장은 언론중재위의 중재결정권에 대해 “반론보도 여부는 언론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지, 어떤 제3의 기관에서 지시를 할 사항이 아니다”며 “언론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사회부 심규선차장은 “사회의 진행속도에 비해 앞서간 측면은 있지만 사회적 대세인 것만은 분명하다”며 “필요성엔 공감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심차장은 “기자의 취재 노력, 반론자의 도덕성에 대한 검증없이 반론권이 남발된다면 오히려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시행의 엄정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큰 파장을 몰고온 정간법에 대해 언론계가 개정되기 이전부터 공동 대응에 나서지 못한 것이나 정부 역시 언론계의 동의와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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