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모욕죄 신설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기보다는 인터넷상의 댓글 구조를 바꾸고 교육을 통해 올바른 인터넷 이용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는 13일 법조언론인클럽 주최로 서울 관훈동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회관에서 열린 '사이버 모욕죄 신설,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형사처벌은 악의적이고 계속적인 소수자가 사이버 모욕, 사이버명예훼손 등을 자행할 때 이를 근절하는 효과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있지만, 인터넷 댓글을 통한 인격권 침해가 보편화된 상황에서는 보다 총체적이고,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또  "모든 인터넷 이용자를 범법자로 만들지 말고, 범법 행위가 이뤄지지 않도록 인터넷 이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사이버 모욕은 확산 속도가 빨라 형법상 모욕죄보다 가중처벌해야 하고,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형법상 모욕죄와 달리 친고죄가 아닌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해야 한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에 대해 "모욕은 명예훼손과 달리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단순히 경멸적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므로 전파성이 높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모욕이 전파성이 높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특정인이 한 모욕적 표현이 인터넷에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이를 본 사람들이 죄의식 없이 따라 하는 문화적 전파력에 있다"고 반박했다.

   
  ▲ 법조언론인클럽이 13일 서울 관훈동 신영연구기금회관에서 연 '사이버모욕죄'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은 "여론을 통제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는 만큼 법의 신설보다는 인터넷 이용구조를 개선하고 교육을 통해 인터넷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이버 모욕의 심각성은 일반 모욕과 달리 해로운 군중심리를 일으킬 수 있다는 데에 있고, 이러한 문제는 대표적인 모욕적 표현을 강력히 처벌함으로써 해결하는 것보다 그러한 모욕적 문화를 허용하지 않도록 댓글의 구조를 개선함으로써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최근 인터넷상 인격권 침해행위가 대부분 포털에서 발생하는 만큼 포털이 인격권 침해 방지에 적극 나서야 하고, 인격권 침해가 주로 기사에 대한 댓글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 역시 포털과 똑같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교수는 형법상 친고죄인 모욕죄와 달리 사이버모욕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할 경우 "가장 큰 수혜자는 정치인"이라며 "정부·여당으로서는 인터넷 이용자를 고소하는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고 적대적인 여론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이버모욕죄를 악용할 소지는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도 "사이버모욕죄가 잘못 운영될 경우 처벌이 두려워 누리꾼들이나 게시판 운영자가 정책비판에 소극적일 수 있고, 설혹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해도 전형적인 겁주기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사이버모욕죄는 과다한 규제강화로 인해 사이버 공간에서 비판과 견제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태우 법무부 형사법제과 검사는 "사이버모욕죄는 기본적으로 현행 형법상 모욕죄에 비해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모욕행위에 대해 그 불법성을 감안해 현재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인 법정형을 상향하는 것이지 기존에 없었던 규정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설'이라는 표현은 정확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 법에 대한 검토는 지난 참여정부 때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검사는 사이버 공간에서 피해사실이 순식간에 널리 알려져 인격권 침해가 커지는 점, 민사적 수단으로 손해배상 내지 가처분이 사후적인 조치인 점 등을 감안할 때 "기존 형법상의 모욕죄로는 불충분하고 법정형을 상향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의사불벌죄에 대해서는 "같은 반의사불벌죄라도 수사기관은 범죄피해의 중대성과 사회적 해악성에 따라 개입을 결정하기 때문에 자의적 개입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전략기획국 기자는 "인터넷 이용자 관점에서 볼 때 사이버 폭력이 횡행하는 인터넷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으면서도, 정부가 바뀌고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사이버모욕죄 신설이 추진되는 모습을 보면 이 법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왜 하필 사이버모욕죄를 지금 만들려고 하는지, 타이밍 좋지 않을 때 제도가 도입되면 불필요한 갈등으로 사회적 비용만 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 기자는 또 "모욕죄 신설과 함께 다른 제도적 장치나 교육 제도의 보완 등이 종합적·입체적으로 다뤄져야 하는데 규제장치만 구상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정부 조치가 긍정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며 "그동안 10년 넘게 인터넷이라는 공간과 문화를 충분히 누리고 학습한 이용자들은 인터넷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공간이라고 인식해 왔는데, 사이버모욕죄는 이러한 인식을 일거에 전환시켜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곤 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협회 내에 포털정책협의회를 구성해 명예훼손, 초상권·저작권 침해, 욕설, 개인정보 침해 등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협의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며 "댓글의 문제점을 많이 지적하는데, 그것은 인터넷 서비스가 10년 넘게 발달해 오는 과정에서 그에 대한 교육이 없었던 것이고 사업자가 할 수 있는 교육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방청석에서 있던 장선호 변호사는 "직업상 연예인을 자주 접하는데, 연예인들은 일반인과 달리 대중 공포증을 직업적으로 극복한 사람들"이라며 "이런 사람들이 '댓글 때문에 목숨을 끊었다'는 인과 관계가 과연 존재하는지 의문"이라며 "지난 2004년 사이버 공간에 대해 남극, 공해 등과 같이 국제법상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보자는 견해가 이미 제기된 만큼 인터넷 규제를 만드는 것이 나중에 다른 나라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 과연 정부가 해야 할 일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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