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론이 안고 있는 병폐 중의 하나가 사진조작에 대한 ‘무감각증’이다. 사진을 인위적으로 연출하고 또 조작해도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모습이다. 특히 최근 들어 컴퓨터의 보급과 함께 사진조작이 더욱 용이해지면서 이제 사진조작은 방관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사진조작이 역사기록의 조작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고쳐야 할 언론의 병폐로 고발한다. 우선 창간특집으로 사진조작 사례들을 발췌했으며 앞으로 기회 닿을 때마다 사진조작을 비롯해 연출, 사진기사조작, 기자이름 도용 등 사진과 관련된 문제들을 고발할 계획이다.
<편집자>



이승만과 김구의 ‘합성해후’
▲1949년 5월 21일 동아일보에 게재됐던 사진. 이승만 대통령 부처와 김구선생이 함께 만난 사실이 없는데도 각각 다른 사진을 합성, 덕수궁에서 모란꽃을 감상하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 정계의 두 거물이 만났다는 특종을 만들기 위해 무리한 사진조작을 한 것이다. 사진 원본이 없어 상태가 좋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사진을 오려 붙인 흔적이 보인다.

아버지와 딸의 거짓상봉
▲1971년 5월 31일 한국일보에 게재된 사진. 청평호에 버스가 추락, 77명이 사망했으나 기적적으로 생후 80일의 아기는 무사히 구조됐다.(어머니는 사망). 당시 아버지는 구속수감중이었으나 사고직후 검사가 보석으로 석방을 결정했고 다음날 오전10시 아기와 상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조간이었던 한국일보는 상품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날 아버지와 아기의 사진을 따로 찍어 합성, 신문에 게재했다. 상봉이 이뤄지기도 전에 한국일보는 기막힌 상봉사진을 연출한 것이다. 오른쪽 위의 작은 사진은 정상적으로 찍은 사진이다.

조작도 이 정도면 고수
▲1962년 4월 16일 한국일보 사회면에 실렸던 것으로 관광객들이 깡패에게 쫓겨 산에서 내려오고 있다는 설명의 사진과 깡패들이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사진 두장이 실려있다. 그러나 실은 윗사진의 경우 관광객들이 산을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올라가는 장면(정상으로 올라가는 내리막코스에서 찍은 것)이고 아래사진은 사진기자가 강화도 마니산에 놀러 갔다가 경비군인들과 시비가 붙은 장면으로 기사내용과 사진설명이 완전히 조작됐다. 이로 인해 사진기자는 “깡패들을 일소했다”고 큰 소리를 쳐 온 박정희정권으로부터 미움을 사 반공법 위반혐의로 구속돼 1년의 실형을 살았다.

늠름한 (?)가짜
▲지난해 국민일보 10월1일 국군의 날에 실렸던 사진. 지상에서 기계화부대가 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상공에선 비행기들이 날고 있는 모습은 언뜻보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합성된 것. 카메라에는 담을 수 없는 고도차가 있기 때문에 비행사진을 따로 찍어 합성했다.

강제로 피어난 벚꽃
▲부산일보 3월 11일자에 게재된 것으로 채 피지 않은 벚꽃을 강제개화시켜 꽃가지를 나무에 걸어놓고 찍은 것이다.

꽃과 컴퓨터의 만남
▲국제신문 3월11일자에 게재된 컴퓨터그래픽 합성사진. 위쪽 원내 꽃모양과 아래원의 꽃 모양이 똑같다. 꽃을 풍성하게 보이려고 컴퓨터로 꽃을 복사한 것이다. 신년 첫해 풍경이나 입춘 등 스케치사진에 이런 조작사진들이 많이 눈에 띈다.

과열경쟁의 결과물
▲한국일보와 한겨레신문 사이에 설전이 오갔던 사진. 왼쪽 사진은 한국일보가 시베리아 벌목공들이 작업하는 장면으로 소개했으나 현지 안내인을 등장시켜 연출한 것임이 밝혀졌고 위쪽사진은 시베리아 벌목장 전경과 기자의 모습을 합성한 한겨레 사진. 북한벌목공 취재를 두고 벌였던 경쟁의 폐해가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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