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인 지난 7일, 부산KBS는 밤9시뉴스에 범어사 봉축대회를 내보냈다. 지역방송으로서 뜻깊은 종교행사를 뉴스로 내보낸 것이 하등 이상할리 없지만 이날 뉴스는 왠지 냄새가 나는 구석이 있었다.

부산시장 후보 예정자인 민자당 문정수씨가 봉축대회에서 합장하는 장면과 연등을 밝히는 장면 등이 화면 가득 클로즈업된 것이다. 이 정도로 냄새가 난다고 몰아 세우기에는 지나치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지난 4월부터 이어져 온 부산 KBS의 보도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부산KBS는 지난 4월16일 오후7시뉴스에 부산시민걷기대회를 보도하면서 갑자기 문씨의 얼굴을 화면에 클로즈업 시키는가 하면, 다음날 노총 부산지역본부 대의원 정기총회보도에서 내용과 전혀 관계없는 문씨 얼굴을 화면에 내보냈다.

주최측도 아니고 단지 대회에 참석한 인사를 화면 가득히 클로즈업 시킨 의도를 부산KBS는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집권당의 아성인 부산에서 시장후보로 나선 문씨인 만큼 당선가능성이 ‘학실’하다고 판단, 미리 ‘눈도장’을 찍어 놓자고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부산KBS의 이같은 보도태도는 지역언론들이 지자제선거에서 과연 제대로 공정보도를 할 수 있을 지 우려를 갖게한다. 더구나 공영방송이 앞장서서 공정보도를 흐린다면 다가올 단체장선거의 혼탁상은 보지 않아도 자명해진다.

이번 단체장 선거는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할 수 있느냐는 가늠자가 되고있다. 때문에 지역언론의 역할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고 막중하다. 언론이 공정선거에 찬물을 끼얹는 보도를 해서는 안될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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