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추진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서 제한적 본인 확인제, 임시조치 불이행에 대한 형사처벌, 모니터링 의무 부과 조항 등이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재차 제기됐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는 1일 언론광장(상임대표 김중배) 10월 월례포럼 주제발표문에서 역사적 사례와 해외 판례를 들어 "익명권 보장이 돼야 민주주의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토론이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또한 "이는 신문·방송 등 다른 매체와 달리 인터넷을 차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도입된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악성댓글 감소 실효성이 거의 없음을 지적했다.

게다가 주민등록번호 등 사이버 상 명의도용을 가능케 하는 개인정보들을 한군데에 대량으로 축적되도록 해 대형개인정보 유출사고를 유발하고 있는 측면도 있으며, 원치 않는 데도 이를 관리해야 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사업자들의 비용추가도 문제라는 것이다.

   
  ▲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지난달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 101호에서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임시조치 불이행에 대한 처벌 역시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정보의 삭제요청 등)를 '준수할 필요는 없으나 준수하면 확실하게 혜택을 받는' 일종의 면책조항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준수할 필요가 있는' 의무조항으로 보기에 원래의 입법취지와 충돌한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결국 서비스제공자는 개정안에 따라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권리침해를 피하기 위해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개입하게 되나, 일개 행정기관이 게시물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 역시 문제라는 주장이다. 불법정보 유통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 의무 부과 역시 처벌조항을 두지 않더라도, 이른바 불법정보에 대한 민·형사상 연대책임을 서비스제공자에게 부과하겠다는 것이라고 박 교수는 분석했다.

박 교수는 "현재의 인터넷규제들은 기존의 표현의 자유 원리들을 위반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은 표현의 자유 사수운동이어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 수호를 위해서라면 모든 학문적 시민사회적 노력을 아끼지 않는 단체의 출범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방통위는 지난달 11일 공청회 이후 이달 내에 개정안을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올해 11월 국회에 제출되면, 다음 해 상반기 시행할 계획을 밝혀 '일사천리'로 정보통신망법을 전부 개정할 의지를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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