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특정 재벌이나 족벌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정기간행물 등록법을 개정, 이들의 지분율을 더욱 낮추고 위반에 따른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재벌과 신문사의 위성방송 참여를 절대 허용해서는 안된다. 이들이 방송까지 소유한다면 우리나라는 재벌왕국, 언론왕국이 될 것이다.”(서울신문, 96년 7월 29일자)

최근 ‘신문들의 전쟁’과 관련하여 신한국당 박종웅 의원이 내놓은 대안이다. 우리 언론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박의원을 모를리 없다. 그는 오래전부터 언론개혁을 부르짖어 왔다. 언론에 가장 약한 직업이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의 용기는 놀랍기까지 하다.

“언론의 밥-국회의원”

지금 신문들간에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전쟁을 보면 금방 무슨 좋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한국 신문 1백년 역사상 이렇게 치열한 전쟁은 처음이다. 그러니 이 전쟁의 결과로 우리 언론의 소유 구조와 방식이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닌가 하고 기대를 걸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큰 착각이다. 그건 우리 신문들을 너무 깔보는 생각이다. 우리 신문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신문들이 사생결단식으로 전쟁을 하겠다고 들면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승리는 가능하지 않다. 그들은 그간 쌓인 감정을 한껏 발산한 뒤 타협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그걸로 끝이다. 시민단체들이 아무리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해도 단 한 줄도 신문에 보도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박의원이 내놓은 대안에 주목하는 동시에 언론과 국회의원의 묘한 관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여하한 경우를 막론하고 권력에 의한 언론개혁을 원치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바람직한 언론개혁은 법적 규제를 통해 가능하며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국회의원들이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속된 말로 ‘언론의 밥’이다. 박의원 같은 사람은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신문들의 재산 관련 자료에 대해 한 국회의원 보좌관이 한 다음과 같은 말은 괜한 엄살이 아니다.

“누가 그런 자료 요구할 수 있나요? 언론사 자료요? 그나마 돌아다니는 것들은 다 87년 언론청문회 때 나온 겁니다. 괜히 언론사 건드렸다가 뭐 하려고 그런 걸 요구하겠어요?… 여기서 일하기 전에 저도 몰랐는데 언론이 정말 무섭긴 무섭더군요. 제일 무서워요.”(<길을 찾는 사람들> 93년 5월호)

<언론노보> 94년 10월 15일자의 다음과 같은 보도는 국회의원들은 ‘신문의 밥’일 뿐만 아니라 ‘방송의 밥’이기도 하다는 걸 실감케 한다.

“일부 의원은 KBS에 대한 감사에서 방송의 위력을 의식한 듯 홍두표 사장에 대한 아부(?)가 지나쳐 홍사장을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고 추켜세우는가 하면 ‘몇 마디 물어도 이해해달라’‘홍사장님’ 등의 표현까지 나와 누가 감사자이고 피감자인지 모를 정도였다. 또 모 의원은 홍사장을 ‘경영과 현업에 완벽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상황이 그 지경이니 국회의원들에게 언론개혁을 위해 앞장서달라고 주문할 수가 없게 돼 있다. 지역구 유권자들도 지역개발 따위에나 관심이 있지 언론개혁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느냐고 묻지는 않는다.

연대해 함께 나가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박의원과 같은 의원들에게 지지와 격려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다른 문화체육공보위 소속 의원들도 언론개혁을 위한 투쟁의 대열에 합류하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즉, 국회의원들이 언론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서도 소신껏 일할 수 있게끔 해주자는 것이다.

박의원은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의원들의 명단을 <미디어 오늘>에 알려 주기 바란다. 적지 않은 <미디어 오늘> 독자들이 후원회원으로 가입해줄 것이다. 나부터 여야를 막론하고 언론개혁을 위해 일하고자 하는 의원들의 후원회원들과 연대를 강화해나갈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이번 신문들의 전쟁을 우리 언론 발전의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슬기로운 대처 방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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