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에서 떠돌던 말들을 광장으로.” 이를 위해 지난 7월 29일 MBC 노조의 보도 비평지 ‘민실위 광장’이 1년 4개월여만에 다시 등장했다.

언론사 노조가 발행하는 보도 비평지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뉴스 만들기의 발가벗은 진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복간호인 ‘민실위 광장’ 21호 역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성역’을 깨야 뉴스가 산다.” 1면 제목이다. MBC 뉴스의 경쟁력을 회복할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공정방송만이 뉴스 차별화의 유일한 기준이란 주장이다.

맨 먼저 칼을 댄 곳은 YS 관련 외국언론 인용 보도. 호주 ‘오스트레일리안’지의 YS 홍보성 기사는 7월 13일과 18일 양일에 걸쳐 되풀이 보도한 반면 7월 11일 국제부 야근기자가 작성한 “문민정부가 권위주의를 아직 떨쳐버리지 못한 채 민주주의는 기로에 서 있다”는 뉴욕타임스의 YS 비판 기사는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최고 권력의 구미에 맞게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언론 현실을 고발한 것이다.

성역은 청와대뿐만이 아니다. ‘민실위 광장’은 MBC 뉴스가 신문판매를 둘러싼 신문사들간의 파행경쟁에 대해서도 침묵했으며, 국세비리사건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국세비리사건과 관련해서는 검찰 수사 발표 전날인 7월 21일 오후 여의도 세무서장이 담당 팀장들을 만나고 돌아갔다는 내부 특종(?)을 낚아 언론사와 국세청 간의 거래 의혹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2면 ‘생각해 봅시다’ 란에서는 MBC 뉴스의 경쟁력 약화가 기자들의 안이한 취재태도에 있다고 지적하는 동시에 일시적인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한, 가벼운 재미에 집착하는 연성화 일변도의 뉴스전략도 그 책임이 있다며 책임자들의 인식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기자들이 뉴스에서 못다한 취재과정의 뒷이야기를 소개한 3면의 ‘취재수첩’에선 7월 13일 보도한 부산 대연동 장티푸스 집단 발생 사건의 원인이 지하수 때문이라는 보건복지부의 발표와는 달리 오염된 수도물이 그 진짜 원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사례를 소개하며 정부의 보도자료에만 의존하는 기자들의 취재관행을 반성해보기도 했다.

이밖에도 ‘민실위 광장’은 MBC 뉴스에 바라는 외부인사의 ‘외부기고’, 조합원 누구라도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도록 마련한 ‘발언대’ 등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뉴스 만들기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MBC노조 차경호 보도부문 부위원장은 “민실위 광장이 발간한지 5년이 됐지만 이번이 겨우 21번째”라며 “그동안은 여건상 한해에 3, 4차례밖에 내놓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최소한 한달에 1, 2번은 꼭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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