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5일 전통적 석간신문의 하나였던 중앙일보가 조간으로 전환하면서 하루 2백만부 이상 발행하던 중앙의 거대 신문들 사이에 일종의 가격파괴 경쟁이 불붙었고 이들은 모두 전국민을 자기들의 독자며 고객이라고 우기고 있다.

신문상품 시장에는 고객의 역류현상도 없고, 외래 보따리장사들이 있어 빠져나간 고객의 구매력을 메워줄 수도 없으며 상품특성상 한 고객이 많은 상품을 소비해 주지도 않는다. 이 시장의 특성은 또 재고가 허락되지 않는 이유로 그날 팔리지 않는 상품은 모두 폐지장으로 보내져야 하기 때문에 신문은 공존적 경쟁 대신 살아 남든가 죽어 없어져야 하는 더 살벌한 시장경쟁이 불가피하다.

모든 신문이 모든 국민을 자기의 독자로 삼음으로써 계층이나 신분,직무 혹은 교육정도에 따라 독자층의 분화가 일어나지 못한 채 중3이나 고1 정도의 지식을 갖춘 계층에 편집수준을 맞추고 획일화를 조장해 왔다.

선택의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 신문시장은 벌써 그 자체가 독점시장이며 가격 공정성도 애시당초 보장될 수 없는 불공정한 시장일 수 밖에 없다. 상대방 신문이 경품끼워주기를 많이 한다고 공정거래위에 제소한다 해서 신문거래 질서가 바로 잡히지는 않는다. 면수가 더 많고 내용이 더 풍부한 신문상품이 그렇지 못한 신문과 같은 값을 받고 판매되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지 아니한가.

적은 부수로서 특화된 자기 고유의 독자층에 호소함으로써 다원적 여론형성과 다양한 언론문화 창달에 기여하는 ‘부수 적은 일류신문’이 나올 수 있어야 거래질서가 바로 형성될 수 있다. 세계적 권위지 <르 몽드> <더 타임즈> <디 파즈>같은 신문이 특화된 고정독자들을 확보한 부수적은 고급지들의 대표인 바 이 신문들의 일차적 경영목표는 돈벌이가 아니라 공익에 있다. 그러고 보면 이땅에서는 오히려 반세계화적 신문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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