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는 언론계 안팎에 활짝 열린 ‘의견란’입니다. 언론계 현안이나 쟁점에 대한 언론인들의 발언은 물론 언론에 대한 독자와 시청자들의 주장을 적극 담아내기 위한 ‘열린 마당’입니다. 이 란에 소개된 의견과 주장에 대해서는 ‘반론’과 필요한 경우 당사자의 ‘응답’도 적극 소개토록 해 언론 현안에 대한 토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과 언론에 관심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언론매체는 사회의 공기(公器)이자 목탁이라는 말이 있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말은 언론사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자부심을 갖게 하고 독자에겐 희망을 안겨주는 말이라 하겠다. 하지만 최근에 벌어진 신문전쟁은 언론의 이같은 위상을 스스로 저버리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독자에겐 한없는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이번 신문전쟁으로 재벌신문이 낳고 있는 여러가지 사회적인 문제가 표면화되면서 중앙일보는 앞으로 판촉경쟁을 자제하고 언론 본연의 역할을 충실할 것이며 또한 삼성그룹과의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물론 그 현실성 여부는 더 두고 봐야 겠지만 자본의 언론 지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일정한 성과를 낳았다고 하겠다.

그러나 당하고만 있던 중앙일보의 반격(조선일보의 특종인 ‘성혜림 탈북보도가 오보다’)과 삼성그룹의 언론중재 신청으로 재벌신문에 대한 공격은 약화되었고 떠들썩했던 신문전쟁도 서서히 그 막을 내리고 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은 중앙일보의 부도덕성, 재벌언론의 사회적 역기능 등을 공격하여 소기의 성과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독자에게 득이 된 것은 전혀 없으며, 또한 지금의 언론문제를 개선한는데 전혀 진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은 재벌언론만이 아니라 족벌신문, 신문재벌도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총체적인 변화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신문재벌들은 자신의 문제는 전혀 지적하지 않고 재벌신문만 문제삼고 있으며 구체적인 개선안 제시나 여론 수렴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신문들은 이번 신문전쟁 기간동안 모범 답안을 만들어서 독자들에게 공개하고 그에 대한 여론을 수렴해야 했다. 즉, 문제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대안까지도 모색하는 ‘사회의 공기’역할을 해야 했다. “앞으로 잘해보겠다”라는 말(社告, 社說)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제도 개선, 구조 개혁을 위한 노력을 독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했다. 하지만 극소수의 신문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이를 외면했다. 이러한 신문의 태도는 독자들을 우매한 대중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독자들은 무조건 주는 대로 받기만 하면 된다는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재벌과 신문의 분리, 상업지와 권위지의 분리, 족벌경영 개선, 공정보도를 위한 내부 장치 마련, 편집과 경영 분리 등 총체적인 개선을 위한 신문들의 지속적인 노력이다.

오늘도 신문은 독자들을 짜증나게 만들고 있다. 매일 문 앞에 배달되는 무가지, 차별성 없는 지면, 증가하고 있는 광고량, 상업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들, 정치 혐오주의 조장, 스포츠 상업주의, 대선 후보 만들기, 악의로 가득찬 북한보도…. 진정 정도를 걷는 언론만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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