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과 경찰의 ‘한건주의’가 또 다시 대형오보를 불렀다.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발생한 여중생 납치 사건 범인을 피해자의 작은아버지라고 일제히 보도한 언론보도는 경찰과 기자들의 무리한 예단이 낳은 오보로 드러났다.

4일자 경향 서울 세계 중앙 한국 등은 3일 발생한 여중생 납치 사건이 피해자의 이복삼촌인 임모씨(57)가 형과 상속재산문제로 다퉈오다 청부폭력배를 동원, 조카를 납치했다며 이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한국과 경향은 이 사건을 사회면 머릿기사, 서울 세계 등은 사회면 중간 머릿기사 등으로 ‘상속 불만 조카 여중생 납치법’(한국) ‘여중생조카 청부 납치극’(세계) ‘작은 아버지가 여중생 조카납치’(서울) 등의 제목을 달아 피해자 아버지의 이복동생 임씨를 이 사건 주범으로 체포,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결과 임씨는 이번 여중생 납치 사건과는 무관것으로 드러났으며 지난해 2월 이복형인 피해자의 아버지를 협박 10억원을 갈취한 혐의만을 밝혀내고 임씨를 4일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3일 오후 4시경 강남경찰서 기자실에 통보된 이 사건은 당초 범인을 놓친 경찰의 허술한 수사에 초점이 맞춰져 4일자 지방판등에 일차적으로 보도됐으나 4일 자정경 경찰이 “용의자를 검거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일부 기자들이 ‘범인 검거’로 확대해석해 이를 기사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용의자로 지목된 임모씨가 범행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용의자에 대한 영장청구도 안 돼 있는 상태였음에도 경찰이 “자백은 안 받았지만 범인임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한 것을 그대로 보도했다가 결과적으로 오보를 냈다.

이와 관련 이승재 서초경찰서장은 4일 오전 10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수사 결과 당초 용의자로 지목됐던 임씨가 이번 납치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공식 해명했다. 한편 오보를 낸 신문사 가운데 정정기사를 낸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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