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20세기 마지막 올림픽인 애틀랜타올림픽 중계를 보려는 사람들 때문이다. 때마침 몰려든 무더위는 ‘금메달’ 열기와 함께 시청자들에게 잠을 잊고 TV앞에서 밤을 지새게한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TV를 틀면 언제나 신선한 금메달 소식을 접하여 잠시 더위를 잊고 감개무량함을 느끼게 된다. 특히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애틀랜타 하늘에 게양되는 태극기와 울려퍼지는 애국가는 국민들의 일상에서 작은 파문을 만들고 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지구촌의 온 국민이 순수한 ‘스포츠 정신’으로 펼치는 올림픽 경기는 그러나 미국의 지나친 상업주의와 부실한 경기운영으로 그 정신을 퇴색케하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올림픽을 중계하는 방송사의 시청률을 의식한 상업주의적 방송보도는 자칫 ‘TV 올림픽 쇼’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금메달이 유력한 일부 종목과 인기 종목에 치우친 편파방송과 중복반응, 스타선수들에게만 쏟아지는 스폿라이트등은 올림픽 전반에 대한 이해와 예정보다는 ‘보여주는 올림픽’만을 강조하는 매스미디어의 소유물로 전락하는 듯하여 안타깝다. 스타선수와 더불어 올림픽 주 방송사인 미국 NBC가 필림에 자주 담아보내는 코카콜라 상표와 유명 스포츠 상표가 여과 없이 국내의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보여지고 있다. 올림픽이라는 구실하에 미국의 상업주의가 전파를 타고 전세계로 흘러들어가는 순간이다.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힘의 논리’가 여전히 작용함을 느낀다. 강한 자, 강한 국가가 결국 메달을 얻는다는 단순한 이치를 재확인하는 듯하다.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선수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화면에 담겨진 한정된 국가 몇몇 선수들의 모습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메달을 얻는 일부 선진국가만이 참여하는 듯한 인상을 받을 뿐이다. 국력과 경제력 그리고 체력으로 이어지는 듯한 현대의 올림픽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 여전히 세계의 중심임을 확인하는 듯하여 씁쓸해진다.

정규방송 프로그램을 대치하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한 올림픽 중계방송은 양적인 편성에 비해서 깊이와 다양성이 부족한 느낌이다. 애틀랜타올림픽 전반에 대한 심도 있는 기획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 등은 전무한 채 경기종목에 대한 개별 중계방송에만 치중한 점이 아쉽다. 특히 금메달종목에 대하여 방송3사가 동시에 보여주는 같은 화면은 전파의 낭비와 자사의 이익만을 우선하는 듯하여 시청자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한편 국회상임위원회 활동과 대정부질의에 대한 보도가 올림픽 중계방송 덕분에 묻혀버린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올림픽 중계방송 덕분에 국정에 대한 감시및 보도라는 기본적인 직무를 유기한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한 처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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