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들이 지난 17일 밤 이병순 사장의 보복성 사원인사의 부당함에 반발하며 오는 22일부터 보도본부장실 앞에서 항의 팻말(피켓)시위를 벌이기로 19일 밤 결정했다. 이와 함께 이날 늦게까지 국회 업무현황보고에서 이병순 사장이 '보복인사라는 비판은 왜곡과장됐으며, 본부장단에서 자율적으로 인사를 한 것'이라는 해명에 대해 KBS 내부에서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병순 "인사 위임·보복인사는 과장" 발언에 "말도 안 되는 주장"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업무보고에서 전변헌 민주당 의원이 "사상 최대 보복인사, 관제 사장의 저열한 편가르기 인사, 대학살극, 인사 숙청, 한밤 최악의 보복인사라는 게 지난 17일 단행한 인사에 대한 평가인데 어떤 의견인가"라고 묻자 이 사장은 "사실과 너무 달리 과장되거나 왜곡된 반응"이라고 주장했다.

   
  ▲ `18일 낮 12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소속 사원들이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 모여 전날 밤 이병순 사장이 기습적으로 한 보복성 인사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벌였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사장은 또 탐사보도팀 직원 절반의 타부서 발령과 팀장의 지방발령 등의 문제를 지적한 김창수 선진과창조의모임 의원의 발언에 "탐사보도팀 직원이나 관련 인사는 제가 구체적으로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본부장, 센터장 인사에 이은 후속인 만큼, 본부장과 팀장이 자기 시스템으로 일할 자율성을 인정해 주는 게 사장의 도리라고 생각해 철저하게 인사를 (본부장, 팀장에) 위임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의 이 같은 발언에 기자와 PD들은 말이 안 된다며 오히려 더욱 반발했다.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은 "결국 사원인사가 자신의 뜻이 아니라는 얘긴데 말이 안 된다"며 "대다수 본부장들은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내비쳤는데 사장은 본부장한테 맡겼다고 하고, 그럼 누가 했다는 거냐"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보복인사가 아니라는 말도 모든 본부별로 다 동일하게 (사원행동 소속 사원에 대한 보복인사) 나오는데 보복인사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며 "본부장에 위임했다는데 오히려 청와대나 이사회에 위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라고 비판했다.

   
  ▲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한 KBS 이병순 사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현석 기자협회장 "모든 본부가 보복인사인데 아니다?…청와대에 위임한 것 아닌가"
김덕재 PD협회장 "사장 발언 기가 막힐 뿐…외부서 만든 작품인지 의심"

이에 따라 KBS 기자협회는 인사권자인 이병순 사장과 본부장들의 국회 발언을 지켜보고, 이날 오후 내부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22일 오전 8시부터 김종률 보도본부장 사무실 앞에서 "부당인사 철회하라, 인사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하며 항의농성을 매일 1시간씩 벌이기로 결정했다.

기협은 이날까지 보도본부 내 기자들의 의견수렴을 한 결과 기자들은 항의농성에 찬성 70%, 반대 20%, 유보 10%의 의견을 냈다. KBS PD협회도 부당인사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오는 22일 아침 발표할 계획이다.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이 사장의 국회 발언에 대해 "기가 막힐 뿐"이라며 "자신이 결재해놓고 사원들을 다 모른다니 말이 되느냐. 이번 인사는 의도를 갖고 누군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인사다. 오히려 우리는 외부에서 만든 작품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기자협회 22일부터 보도본부장 앞 항의농성키로…PD협회 성명

시사투나잇 폐지와 관련해 최종을 편성본부장은 "아이디어 수준에서 논의됐으나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는 등 사실상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중임을 시인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시사투나잇>을 <시사토크>로 이름 바꾸고 성격 바꾸는 것은 폐지한다는 것"이라며 "시사라는 진지한 문제를 토크로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KBS 이사회가 감사요청을 함에 따라 감사팀에서 감사에 들어간 것과 관련해 "이미 이번 인사에서 철저히 보복인사를 당한 사람이 또 징계를 받게 된다면 이중처벌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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