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정부가 출범직후 폐지를 약속했던 안기부내 대언론 담당부서가 여전히 존속돼 온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 <미디어 오늘 designtimesp=32739> 취재팀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안기부는 서울지부 정보과 산하에 40여명 규모의 언론팀을 별도기구로 운영하면서 언론인과 언론사에 대한 정보수집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영삼정부 출범이후에도 안기부내 대언론 전담부서가 별도기구로 구성돼 있다는 것과 그 규모가 파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기사 3면

김덕 전안기부장은 지난 93년 3월 안기부 기구개편을 단행하면서 정치사찰 관련부서를 폐지, 안기부는 대공 및 해외업무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안기부내 제4국(정치언론담당부서)이 폐지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그 이후 지금까지 언론담당부서의 실체가 확인된 바는 없었다.

이번에 확인된 안기부 언론팀은 40대 후반의 중간간부급 4~5명을 비롯, 30대 중후반의 요원들을 주축으로 구성돼 활동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가운데 KBS를 담당하는 허효현씨(일명 서영)는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대언론 관련 부서에서 활동을 해온 인물로 알려졌으며 조선일보 전담요원 최병학씨는 지난 90년 <언론노보 designtimesp=32745>에서 ‘언론사찰’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폭로됐음에도 계속해서 활동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일보를 맡고있는 김규섭씨도 90년 당시 국민일보를 ‘출입’했던 인물로 밝혀져 안기부가 말썽이 나면 자리를 바꿔가며 대언론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이밖에도 프레스센터, 한겨레, 한국일보, 연합통신, MBC, CBS 등 주요 언론사에 안기부원들이 전담배치돼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요원들은 해당 언론사 언론인 신상파악과 노조활동 등과 관련된 정보수집 활동을 하면서 언론사 간부들과의 잦은 접촉을 통해 주요사안 보도에 대한 ‘조정업무’까지 해오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실제로 대구 가스폭발 참사때 이들 요원들이 방송사에 대해 현장의 참상을 축소하고 수습에 중점을 두도록 ‘보도조정’을 한 사실이 방송기자들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앞서 지난해 11월 대전KBS를 담당하는 요원이 공무원비리 관련보도 삭제를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 관련자가 보직해임 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들 요원들은 과거처럼 노골적으로 언론사를 출입하지는 않으나 주로 언론사내의 학연이나 지연 등을 활용, 주로 언론사밖에서 언론인들을 만나 정보수집 및 ‘보도조정’활동 등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안기부 이재홍공보관은 “제4국은 이미 폐지됐고 언론대책반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단지 대공활동의 일환으로 요원들이 개인적으로 정보수집 활동을 하고 있을 뿐 언론통제를 위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주요 언론사와 전담기관원>

동아일보 - 이종태, 서울신문 - 송호, 조선일보 - 최병학 이양희, 중앙일보 - 김규섭, 한겨레신문 - 배정한, 한국일보, 연합통신 - 송재혁 정진국(중복 전담), KBS - 허효현 박인승, MBC - 김규현, CBS - 이철원, 프레스센터 - 김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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