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 상용서비스 시작에 앞서 이달부터 KT와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 등 3개 IPTV 사업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범서비스를 실시키로 했지만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실시간 채널을 이들이 당초 일정에 맞춰 순조롭게 제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실시간 채널이 포함된 본격적 IPTV 서비스가 도입될 경우 유료방송 시장에서 결합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가격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결국 사업자 공멸과 소비자 후생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저가 경쟁의 폐해를 방지키 위한 사업자 전략과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원장 권영후)은 최근 발간한 'IPTV의 등장으로 인한 유료방송 시장의 변화' 보고서에서 "IPTV 사업자가 기존 유료방송 가입자를 흡인할 수 있는 강한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가입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 유료방송 시장에서 결합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경쟁구도가 형성되면 통신사업에 기반을 둔 IPTV 사업자들이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경쟁력 있는 콘텐츠 확보 여부가 IPTV 가입자 수를 좌우할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전체 IPTV 가입자의 60~80%에 이르는 중복 가입자 중 많은 수가 IPTV 서비스에 대해 본격적 과금이 이뤄지거나 실시간 채널이 제공되는 시점에서 하나의 유료 매체만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IPTV 사업자가 지상파 채널과 인기 전문 채널(PP)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면 앞으로 가입자 300만을 초과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현재 확보한 가입자마저 놓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이어 IPTV 도입으로 향후 유료방송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격화될 경우 사업자들이 공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PTV 서비스가 추가됨에 따라 유료방송 서비스의 가격이 현재 수준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진 데다 각 사업자가 결합상품을 구성하면서 유료방송 서비스가 무료라고 홍보할 경우 수신료 수입이 적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제살 깎아먹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불어 콘텐츠 시장 변화와 관련해서는 "PP는 IPTV 도입을 수익 증대 기회로 활용하고 싶어 하지만 유료방송시장에서 PP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의 역학관계를 감안하면 케이블TV 시청률 중상위권에 위치한 PP는 단기적으로 IPTV 사업자에게 채널을 공급할 유인이 없다"면서 "IPTV 사업자는 실시간 채널보다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에 주력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상황 분석을 토대로 사업자와 정부에 각각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사업자들에게는 "가격 경쟁이 심화돼 자본력이 약한 사업자가 시장에서 퇴출되고 살아남은 사업자가 독과점 시장의 과실을 얻게 된다면 소비자의 후생도 나빠진다는 점에서 가격 인하는 공급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준다"면서 가격 경쟁보다는 품질 경쟁에 주력하는 한편 매체별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 유료방송 시장을 세분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책당국을 상대로 △새로 출범하는 IPTV의 안착에만 집착하기보다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할인 폭 제한, 기간 약정제 금지, 원가 이하 판매 규제 등을 통해 저가 경쟁을 방지하는 한편 △매체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PP가 콘텐츠 제작 투자를 수익으로 회수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격·품질 경쟁력 케이블TV 우위…수용자들, 위성방송 저평가

한편 IPTV 도입으로 인한 유료방송 매체별 위상 변화를 가늠키 위해 매체들의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서비스 가격 측면에서 케이블TV가 최우위에 있었고, 실시간 채널 품질과 채널 변경 시간 역시 가장 우수한 케이블TV의 뒤를 위성방송, IPTV가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다만 IPTV는 VOD 품질 부문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수용자 조사를 통해 나타난 각 매체의 경쟁력을 보면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순이었다. 수용자들은 위성방송의 경쟁력을 실제보다 더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이를 토대로 보고서는 "IPTV 도입이 케이블TV 위주의 유료방송 시장 판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위성방송보다 우월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위성방송보다 많은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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