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두표 KBS 사장은 과연 자신이 중앙일보 주주였다는 것을 몰랐을까. 아니면 알고는 있었으나 ‘그저 명목상의 주주였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재산등록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만일 홍 사장이 자신의 주식소유 사실을 고의적으로 숨기고 신고하지 않았다면 공직자윤리위 규정에 따라 ‘경고’에서 ‘해임’조치까지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한 홍 사장의 공식적인 입장은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발언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먼저 해당사인 중앙일보 측의 해명과 일정하게 편차를 보인다. 홍 사장의 중앙일보 주식 보유 사실은 적어도 중앙일보 사내에서는 “새로운 사실도 아니며,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또 주식 소유 시점인 92년 이후 매년 주주총회를 가질 때마다 홍 사장에게 통보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의 한 고위 관계자는 “주주총회 소집 통고를 주주들에게 빠짐없이 해왔으며, 서면과 함께 본인들에게 유선으로라도 반드시 통보해왔다”고 밝혀 홍 사장에게도 예외가 아니었음을 시사했다.
서면으로 먼저 알리고, 참석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일일이 구두로라도 연락을 취하는 주총 절차에도 불구하고 홍 사장이 수 년 동안 자신이 주주였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또한 논란이 일고있는 ‘주식의 성격’과 관련 중앙일보 측은 “홍 사장의 주식은 일종의 공로주 형식이기 때문에 주식분산 등과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이는 홍 사장의 ‘나도 모르는 새 내 앞으로 돼있는 주식’ ‘내 재산이 아니라 중앙일보 재산’이라는 주장과 엇갈리고 있다. 홍 사장의 주장대로라면 중앙일보가 본인 동의도 없이 주식을 분산해 상법을 어긴 셈이 된다.

그러나 중앙일보측은 “홍사장 퇴임무렵 공로주 형식으로 전달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실제 중앙일보 측은 김동익 전 발행인, 이돈형 전 상무이사, 이종기 전 사장, 이필곤 전 사장 등 역대 고위 간부들에게도 각각 1.32%, 0.4%, 1.78%, 0.88%씩의 공로주를 배정한 바 있어 홍 사장의 주식보유도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홍 사장의 중앙일보 주식보유 사실이 이미 여러차례 언론에 알려져왔다는 점에서 홍 사장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즉 지난 해 국정감사 자료에서 중앙일보 주식보유 현황이 일반에게 공개된 시점에서 ‘기자협회보’가 다시 이를 보도해 알만한 사람이면 다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언론사와 관련된 기사는 아무리 작은 기사라도 일일이 스크랩을 해 ‘최종 결재라인’까지 보고한다는 방송사의 관행에 미뤄볼 때 홍 사장이 이를 몰랐다는 것은 쉽사리 이해될 수 없는 부분이다.
주식보유에 대한 홍 사장의 말이 몇 차례에 걸쳐 바뀌고 있는 점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홍사장은 중앙일보 주식 재산등록누락이 언론에 보도되기 이전인 지난달 24일 경 노조와의 비공식 접촉에서 “소유사실은 알았으나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노조측에서 보낸 질의서와 관련, 지난 2일 “중앙일보에서 주식을 주겠다는 통보를 받은 바 없다. 그러나 중앙일보 사장으로 취임하기 직전인 91년말 사주(이건희 회장)가 공로주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같은 일련의 발언은 본지가 이를 보도한 뒤 나온 ‘공식적 해명’과 많은 편차를 보인다. 또 사주가 공로주를 준비하고 있다고 사전에 밝힌 것은 전혀 비밀로 할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 아니라, 사주로부터 공로주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도 이후에 아무런 확인이 없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같은 여러가지 정황에도 불구하고 어찌됐든 당사자인 홍 사장은 “전혀 몰랐다”는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고의누락 사실이 밝혀질 경우 자리를 걸겠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의혹을 살만한 정황에도 불구하고 홍 사장이 끝내 몰랐다면 이 또한 무책임하고 부주의한 처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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