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발걸음을 맞출 수 있을 것인가.

최근 재정경제원이 정리해고제, 파견근로제 도입 등 재계의 입장을 전폭 수용한 근로기준법 개정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해 한국 노동조합운동의 양대 조직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공조 실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이 지난 10일 최근 노동 현안과 관련한 양 노총위원장 공식 회동및 성명서 채택 등을 한국노총쪽에 공식 제안한 데 대해 한국노총쪽이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양 노총 공조의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에 보낸 공문에서 △해고자 복직 촉구 △근로기준법 개악 반대 △노개위 공조대응 등 3개항의 공조 내용을 밝히는 한편 노동계의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전국 7천개 노조 대표자 서명운동을 벌일 것을 제안했다.

한국노총 역시 민주노총의 이번 제안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우선 산별연맹 위원장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도 “최근 정부가 노개위에서 재계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볼 때 노동계의 공동대응 필요성에 대해 노총 중앙간부들은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8월초순에 이르면 한국노총의 공식 입장이 확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노개위를 매개로 추진되고 있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공조 체제가 합의될 경우 양 노총은 지난 5월 구미 한국합섬 노조의 파업에 이어 두번째 공동 행동에 들어가게 된다. 당시 양 노총은 공동으로 집회를 개최하고 공동 명의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 양 노총의 공조 체제는 지난 5월 한국합섬 노조와 관련된 공동 대응과는 내용과 수위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경찰의 노조원 연행에 항의해 2명의 노동자가 분신을 기도한 한국합섬 사태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시민단체들과 함께 공동대책위에 참여해 공조 활동을 벌였다.

한국합섬 노조 파업의 경우 돌발적이고 단기적 사안이었던 반면 이번 노개위와 관련된 공조 체제는 하반기 노사정 3자의 최대 쟁점인 노동법 개정 전반에 대한 노동계의 행동 통일이란 점에서 무게를 한층 더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양 노총의 공조 추진 논의를 두고 일각에서 양 노총의 조직 통합 논의를 연계시키는 입장에 대해선“과도한 해석”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번 공조 체제는 사안별 연대이고 정치적 의미의 연대일 뿐” 이라며 “이를 양 조직의 통합 논의로 까지 확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민주노총 소속의 대다수 노조들은 아직 한국노총에 대해 ‘어용’의 꼬리표를 달고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으며 한국노총의 주요 연맹위원장들과 단위노조 역시 민주노총을 ‘과격한 세력’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합섬 공조 활동 당시 한국노총 일부 연맹위원장들이 박인상 한국노총위원장이 ‘직권’으로 연대활동을 한 것에 대해 “소속 연맹위원장들의 의견을 먼저 수렴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은 한국노총의 내부 기류를 설명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추진되고 있는 공조 체제는 ‘사안별 연대’라는 한계를 갖고 있긴 하지만 사용자와 정부쪽의 근로조건 악화 시도에 양 노총이 하나의 입장과 태도로 맞서 나갈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의를 갖는다는게 노동계의 일반적 평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