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회장은 해고자 복직약속을 즉각 이행하라”

지난 11일 오후 1시께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힐튼호텔 앞. 회색 작업복 차림의 노동자 20여명의 갈라진 구호소리는 호텔 주변을 오가는 시민들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89년과 91년 두차례 노동쟁의와 관련해 해고된 대우정밀 노동자들.

지난 1일 부산에서 상경해 마포 민주당사에서 농성중인 이들은 낮시간을 이용, 서울에 있는 대우그룹의 각 계열사 건물 앞에서 해고자 복직 약속의 이행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김우중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우중회장에게는 힘 없고 ‘빽’없는 우리 30여명 해고노동자들과 맺은 약속이 한낱 휴지조각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박종식씨(33. 대우정밀해고노동자복직실천협의회 의장)는 대우그룹이 지난 94년
자신들과 맺은 복직 약속을 이행치 않은데 대해 분노를 표시했다.

대우그룹은 94년 5월 당시 대우그룹 기획조정실 박태웅전무(현 대우자동차 부사장)를 대표로 대우정밀해고노동자복직실천협의회 박종석의장과 해고자 복직문제에 관한 합의문을 작성했다. 89년과 91년의 대우정밀 노동쟁의 과정에서 해고된 노동자 35명을 늦어도 금년 6월까지는 모두 원직복직시킨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시한인 6월이 한달 넘게 지났지만 복직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우정밀쪽에서는 그룹 기조실과 합의한 내용이 회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해고노동자들은 당시 합의 당사자인 현 대우자동차 박태웅 부사장을 지난 2일과 7일 두차례 만났으나 “기다려달라”는 대답 뿐이었다.

대우정밀은 또 지난 1월 병역특례해고노동자 복직을 촉구하며 자살한 고 조수원씨 장례 절차를 대우정밀 노조와 논의하면서 이성도씨 등 3명의 해고노동자 복직 문제를 ‘당사자를 포함해 노사간 합의를 통해 해결’하기로 했으나 이 약속 역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이날 항의시위에 참가한 해고노동자 박정수씨(28)는 “약속이행은 인간사회의 기본 도리 아니냐”며 “대우그룹은 사회의 비난 여론에 직면하기 전에 합의 사항을 성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