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왜 안가. 회사 끊었어?” 초등학교 2학년인 해린이와 동생 예린이는 출근하지 않는 아빠에게 아침마다 되묻는다. 아빠는 대답하지 못한 채 우물쩍 넘길뿐이다.

회사를, 아니 회사가 끊어버린 해린이와 예린이의 아빠 최문순 전 MBC 노조위원장. “인터뷰는 무슨.” 쑥스러워 하며 계속 거절하던 그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현재 MBC의 최우선 과제는 노사간의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하는 것이며 해고자 복직은 차후의 문제다.”

이어 그는 조심스레 “해고자 복직 문제가 ‘MBC 살리기’에 걸림돌이 된다면 나는 다른 길을 택할 수 있다”라는, 어쩌면 개인적으로 해선 안될 얘기까지 꺼냈다. 이같은 자기희생 발언은 MBC에 대한 그의 남다른 애정의 표현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는 현재 MBC의 위상하락이 현 정부에 책임이 있다며 조목조목 그 이유를 설명했다. 권력의 눈치만 보는 무능력한 사장 선임, 공영도 민영도 아닌 과도기적 정체성 조장, 상업적 논리에 따른 정부측의 계속적인 민영화설 유포 등. 결국 이로 인한 인력의 대량 유출 등 내부 구성원들의 동요로, MBC는 일할 맛 나지 않는 일터로 전락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 김 대통령에게 섭섭함을 표시했다. “지난 군사정권 시절, 그나마 MBC는 비판적이려고 노력했다. 기자들은 김영삼 대통령의 이름 한마디 방송하기 위해 얼마나 싸웠는지 모른다”며 “그럼에도 MBC에게 돌아온 것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사회 민주화를 위해 약자의 편에서 싸웠을 지라도 권력의 맛을 보고 강자의 논리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현 정권의 태도는 건강치 못한 사회 구조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그래서 그는 이 땅의 언론이 바로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은 세상을 보는 창이기 때문이다. 그는 언론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 보라고 말한다. 대통령, 재벌 등 강자만을 비춰주고 장애인, 노조, 여성 등 사회적 약자는 외면하는 굴절된 창이라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진정한 강자의 모습, 이게 바로 ‘MBC 살리기’의 참모습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