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KBS 사장 선임 개입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박순자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24일 이를 두둔하는 '돌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은 이번 발언에 즉각 반발하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등의 사퇴를 촉구했다.

박순자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와 KBS 관계자의 모임과 관련해 "가까운 사람들이 모임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정치적 수단으로 이 문제를 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박 최고위원은 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정정길 대통령 실장, 이동관 대변인과 KBS사장 후보들과의 모임이 "오해가 있는데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맨 것처럼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재선 의원(경기 안산단원을)인 박순자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중앙여성위원장, 원내부대표, 부대변인 등을 역임했고, 이명박 대통령과는 고려대학교 교우회 등을 통해 인연을 맺은 바 있다.

KBS 모임? "우연의 일치", "국민의 방송 만들기 위해"

이번 발언은 한나라당이 이번 사태에 대해 '쉬쉬'하는 가운데 나온 '돌출 발언'으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지난 22일 경향신문 보도로 청와대 개입설이 불거지자 "KBS 관련 회동에 대해 오전에 있은 청와대의 설명 외에 더할 내용이 없다"고 짧게 논평한 바 있다.

특히 박 최고위원이 이번 청와대·KBS 모임을 '여론 수렴'의 과정으로 인식하는 것도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그는 "대통령에게 KBS방송을 국민의 방송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채널의 여론을 전달하는 일도 필요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 박순자 한나라당 최고위원. ⓒ노컷뉴스  
 
박 최고위원이 "정치적 논란으로 보면 곤란하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이번 발언은 야당의 반발을 더욱 증폭시켰다. 야당은 청와대 관계자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민주 "어이가 없을 따름", 선진 "이동관 즉각 경질", 민노 "최시중 사퇴"

민주당은 "여당 최고위원의 공영방송에 대한 인식의 수준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황당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이같이 밝히고 "박 최고위원의 말대로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면 청와대는 왜 변명하기에 급급하나"며 "아전인수도 제 식구 감싸기도 어느 정도라야 납득할 수 있다. 참을 수 없는 인식의 가벼움에 어이가 없을 따름"이라고 논평했다. 

자유선진당도 "해괴한 해명보다 한 술 더 뜨는 부창부수(夫唱婦隨)같은 국민무시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청와대 관계자의 사과 및 이동관 대변인의 사퇴를 촉구했다.

박선영 대변인은 이날 오후 "청와대 핵심관계자와 만난 사실을 어떻게 '가까운 사람들 간의 자연스러운 모임'으로 치부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부적절한 만남을 가졌던 관계자들은 모두 사과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KBS사장선임에 결코 개입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국민 앞에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이동관대변인을 즉각 경질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발언을 "정치적 수단으로 보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 자체가 야당에 대한 정치 공세"라며 최시중 방통위원장 및 이동관 대변인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물증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방통위원장과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 정정길 비서실장의 월권적 행위를 경고하기는커녕 야당에게 적반하장식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최시중 위원장, 이동관 대변인의 사퇴를 촉구하며 KBS에 대한 정권 차원의 개입 행위를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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