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네트에 공개되자 마자 사탄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로 정보시스템 관계자와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사탄이 갖는 장점 만큼이나 해악의 가능성도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해커들이 전산망 침투에 앞서 사탄으로 목표 시스템의 허점을 살핀 뒤 해킹을 시도할 것이라며 사탄의 등장에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던 것이다.

전산망의 안전성을 점검하기 위해 사탄은 대상 네트워크에 몰래 침투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다시 말해 해커들이 시스템에 몰래 잠입하는 원리와 동일한 방법으로 전산망에 접근, 네트워크의 문제점을 진단하도록 한 것이다.

또 인터네트를 통해 무료로 사탄을 제공하겠다는 사탄개발자들의 결정은 많은 네트워크 관리자들과 정보기술 책임자들을 걱정스럽게 만들었다. 당시 전산관계자들은 “사탄이 귀중한 도구인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탄을 이용, 누구나 네트워크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섬뜩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탄의 공동개발자들은 무료라는 점 때문에 해커들의 손에 들어가 문제를 야기시킬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사탄이 보안상의 허점을 확인해 그 결과 해결책을 제시해주는데는 더없이 훌륭한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체포된 미국의 전설적인 해커 케빈 미트닉이 해킹을 통해 사탄의 초기버전을 이미 확보해 이용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반사탄’ 열기는 높아갔다.
이같은 움직임은 사탄 제압 프로그램 개발로 이어졌다.

그 첫 번째 결과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서 개발한 ‘코트니’로 나타났다. 이 프로그램은 사탄에 의해 적용되는 연결시도 패턴을 찾기 위해 네트워크를 감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감시 결과 그러한 패턴이 발생하면 사탄이 침입한 증거로 간주, 이에 대한 기록을 남기도록 했다.

하지만 모든 전문가들이 사탄의 오용성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도구들과 마찬가지로 사탄도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지만 사용자들이 주의를 기울인다면 보안성에서 큰 효과를 볼 것이란 반대의견도 있었다. 결국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선과 악의 갈림길에 서게되는 ‘칼’과 동일한 운명을 사탄이 맞게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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