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KBS 이사회 예정시간 15분 전에 전격적으로 이사회 장소를 변경한 여당 추천 이사 6명과 이춘발 이사 등 7명이 차기 KBS 사장을 14일부터 추천공모받기로 결정했다.

이날 이사회는 2시간30분여 만인 오후 6시30분께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유재천 이사장을 포함한 이들 이사들은 이날 오후 3시45분께 이춘발 이기욱 이사에게만 장소 변경을 통보한 뒤 4시10분께 서울 마포 가든호텔(구 홀리데이인서울)에서 회의를 개회했다. 그나마 이기욱 이사에겐 정확한 장소도 알려주지 않았고, 박동영, 남윤인순, 이지영 이사에겐 일체 통보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들 4명의 이사들은 정식 통보를 받지 않았다며 귀가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 여의도 KBS 본관 3층 제1회의실 앞에서 농성중이던 300여 명의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소속 사원들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은 가든호텔로 자리를 옮겨 이 호텔 1층 로비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회의 장소는 2층의 모 회의실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성 중에 이춘발 이사는 오후 5시께 이사들에게 항의하기 위해 이사회 회의장으로 들어간다며 이사회에 참여했다. KBS 사원 300여 명은 6시까지 농성을 벌이다 자진 해산하고 회사로 복귀했다.

박승규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오늘 이사회서 논의하는 안건은 '차기 사장 관련 논의'로 차기 사장을 어떤 방식과 절차를 통해 선임할지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장 문제를 논의하는데 왜 투명하게 하지 못하느냐, 왜 숨어서 하느냐"고 지적했다. 박 본부장은` "이런 식으로 밖에서 숨어하는 이사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하라고 하라, 그리고 사장도 그렇게 뽑아보라. 그리고 사장은 외부에서 근무하라"고 주장했다.

박 본부장은 "앞으로 상황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갈 전망"이라며 "정부는 오늘(!3일), 19일(임시이사회), 말일(27일·정기이사회) 이사회에서 낙하산 진입을 계획하고 있다. 오늘 KBS 사장의 제청절차와 시기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노조가 제안한 국민참여형 사장선임제를 쳐다도 안 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래놓고 외부로 도망와서 자기편들끼리 하는 이사회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승동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는 "이사 6명이 스스로 정당하다면 KBS 사원들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며 "농성하고 외치고 있는 구호와 목소리를 들어야 함에도 회의시작 5분(15분)전에 장소를 변경하고 떠났다. 정정당당하지 못하고 비겁한 행동이다. 이 이사회는 끝까지 무효이고,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 대표는 KBS본부가 오는 14일부터 '낙하산 반대 총파업 찬반투표'를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낙하산 사장에 대해 당연히 맞서 싸워야 하지만 낙하산의 규정을 어떻게 할지는 생각해봐야 한다"며 "내가 볼 때 낙하산은 'KBS의 방송뉴스, 프로그램 제작을 좌지우지하는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으로 본다"고 밝혔다.

양 대표는 "이날 이사회에서 6명이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장 공모절차에 필요한 내용 등을 논의해 의결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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