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사장 엄기영)가 12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명령에 따라 에 대한 사과방송을 내보내면서 MBC 내부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MBC 노조는 13일자로 특보와 성명을 내고 사과방송을 강행한 경영진을 규탄하며, 사쪽에 △사과방송을 결정한 배경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방영한 경위 △심야에 전경버스를 회사에 배치토록 경찰에 요청한 경위 △남부지법 판결과 검찰수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 MBC 김성수 보도국장이 뉴스센터에서 사과방송예고와 노조의 반발을 담은 리포트가 포함된 뉴스데스크를 마치고 사과방송을 저지하려는 조합원들 사이를 빠져나가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노조 조합원들은 12일 밤 '사과방송' 방영 저지를 위해 주조정실과 뉴스센터 입구를 가로막고 농성을 벌이며 일일이 방송 테이프를 검사하는 등 실력저지에 나섰으나 결국 막지 못했다. 이들은 이날 특보에서 "경영진이 사과방송 테이프를 3번씩이나 주조정실로 반입하려다 돌아가는 기만적인 쇼를 반복하는 사이 자회사인 MBC 플러스까지 동원해 사과방송을 주조정실로 송출하는 전대미문의 편법까지 동원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또 이날 밤 회사 내에 전경버스가 들어온 것과 관련 "경영진이 전경버스까지 배치해줄 것을 경찰 측에 요청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 11시 10분 경 MBC 안전관리부의 요청이 있었다며 영등포경찰서 관계자가 전경버스 한 대를 MBC남문 앞 마당에 주차했고, 조합원들의 강한 항의로 몇 분 만에 다시 버스를 빼는 일이 발생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들은 이날 성명('비겁한 엄사장은 공영방송의 수장자격이 없다')에서  "어제 엄기영 사장과 회사 경영진들이 조합원들을 철저히 농락하며 정권에 굴복했다"며 "한 배에 타고 있는 줄 알았는데 MBC구성원 모두를 거센 풍랑 속으로 내 던지며 자신들의 자리보전만을 위한 정치적 타협을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또 "엄사장이 밝힌 '회사의 미래를 위해'라는 구호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오히려 정권실세인 청와대의 누군가와 밀실에서 뭔가를 주고받았다는 의혹이 너무 선명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경영진과 조합은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다"며 "자신들은 아무것도 버리지 않으면서 처절한 고민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조합원들의 양심을 팔아넘긴 엄기영 사장과 임원들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대미문의 편법적이고 기만적인 사과방송을 강행한 경위를 자세히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 △PD수첩과 공영방송 수호를 위해 법원 판결과 검찰수사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은 굴욕적 사과방송이 강행된 이 시간 이후 사쪽과의 모든 노사협의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MBC방송경영인협회도 13일 성명('경영진은 방송독립에 대한 의지가 있는가')을 내고 "굴욕적인 사과방송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어제밤 사과방송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가슴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며 "선배들이 20년 넘게 온몸을 바쳐서 지키려고 했던 방송 민주화의 업적은 단 2분 여 동안에 한 순간 무너졌고, MBC의 자존심이었고 MBC의 존재이유였던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란 전통도 4개의 사과 화면 속에서 자취를 감추었다"고 비통함을 털어놨다.

   
  ▲ 밤 10시 40분경 MBC는 사과방송을 방영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외에도 '문화방송 기자회', '시사교양국 CP' 등이 12일 경영진의 사과방송에 반발하는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편성국 PD들은 13일 오전 '방통위 결정사항에 따른 비정상적 사과 방송에 대한 진상규명 및 향후 대책 수립을 위한 편성국PD 긴급총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교양국도 에 관한 경영진의 사과방송과 관련, 13일 오후 4시 시사교양국 총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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