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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가 뜻하지 않았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방통위 결정에 대한 ‘재심 청구’라는 구명 절차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MBC 경영진이 서둘러 징계 수용을 결정하고, 징계성 인사까지 한 것은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의 표적이 되어 뭇매를 맞으면서도 제작의 정당성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보여온 MBC가 상층부에서 방향을 트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기류에 대해 MBC 노조와 PD협회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KBS 정연주 사장 해임·체포 상황과 맞물려 공영방송 장악과 그에 대응하는 거대한 충돌이 임박했다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 MBC 경영진이 12일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청자 사과 명령'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MBC  
 
   
  ▲ PD수첩에 대한 사과방송을 저지하려는 MBC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여의도 MBC사옥 5층 뉴스센터 앞에서 경영진의 결정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MBC 김성수 보도국장이 뉴스센터에서 사과방송예고와 노조의 반발을 담은 리포트가 포함된 뉴스데스크를 마치고 사과방송을 저지하려는 조합원들 사이를 빠져나가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명백한 ‘표적심의’에 사실상 ‘백기투항’”= MBC 엄기영 사장은 이날 오후 확대간부회의에서 △의 문제제기는 결과적으로 국민건강과 공공의 이익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면서도 △ 의 기획의도와 사실관계의 정확성, MBC의 미래를 총체적으로 판단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를 대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엄 사장은 또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 잡힌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엄 사장이 의 문제제기를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은 에 문제가 있으며 이런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시사교양국 PD들이다. 이들은 확대간부회의 직전인 이날 오후 3시 긴급 총회를 열고 “사과 방송이 강행될 경우 시사교양국은 제작거부까지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며 방통위의 사과 명령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MBC PD협회도 성명을 발표하고 경영진을 향해 “부당한 탄압에 굴하지 말고, 원칙을 지켜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MBC 노조는 이날 “경영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확대경영회의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방송을 막기 위해 실력저지에 나서기도 했다. 박성제 MBC 본부장은 “MBC 경영진이 공영방송의 자존심과 명분을 저버린 채 정권과 타협을 했다”며 “이는 MBC와 을 믿고 지지해준 국민들을 배신하는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MBC PD협회도 성명을 발표하고 경영진을 향해 “부당한 탄압에 굴하지 말고, 원칙을 지켜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MBC 노조는 이날 “경영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확대경영회의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방송을 막기 위해 실력저지에 나서기도 했다. 박성제 MBC 본부장은 “MBC 경영진이 공영방송의 자존심과 명분을 저버린 채 정권과 타협을 했다”며 “이는 MBC와 을 믿고 지지해준 국민들을 배신하는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밤 10시 40분경 MBC는 사과방송을 방영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사과방송저지에 실패한 MBC조합원들이 1층 로비에 모여 총회를 열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PD수첩 사과방송을 보고 MBC앞으로 백여명의 촛불시민들이 모여들어 'MBC 힘내세요!'를 외쳤고 MBC노조측의 상황설명을 경청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11시 10분 경 MBC 안전관리부의 요청이 있었다며 영등포경찰서 관계자가 전경버스 한 대를 MBC남문 앞 마당에 주차했고, 조합원들의 강한 항의로 몇 분 만에 다시 버스를 빼는 일이 발생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 제작진은 “‘표적심의’가 명백한 상황에서 경영진이 잘 판단해 주기를 믿고 기다려왔는데 배신감을 느낀다”며 “더구나 시청자 사과명령을 받아들이면서 책임자에 대한 문책 인사를 단행한 것은 사실상 백기 투항한 것”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KBS 다음은 MBC?’ 검찰, 압수수색 압박 예고= MBC 경영진은 이날 방통위의 사과명령은 수용하면서도, 검찰의 자료제출 요구에는 ‘불응’ 입장을, 법원의 ‘정정반론보도’ 결정에 대해서는 ‘항소‘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판결의 경우 지난 7일 판결문을 송달 받아 오는 22일 이전에 항소하면 된다.

그러나 MBC PD협회 쪽은 “검찰의 수사나 법원의 ‘정정·반론’ 결정, 방통위의 ‘사과’ 징계 모두 MBC와 PD수첩에 대한 흠집내기로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라며 “경영진이 MBC에 대한 부당한 탄압에 대해 어느 것은 받아들이고 어느 것은 거부한다는 것 자체가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검찰은 MBC에 대한 압수수색과 PD 강제구인 등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MBC 내에는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특히 KBS 사장에 대한 정치적 해임이 일단락 되면서 “KBS 다음은 MBC” 라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MBC 임원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방송장악 시도 차원에서 감사원, 검찰 등을 동원해 KBS 사장을 해임했고 그 다음엔 MBC가 타깃 아니겠느냐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방통위 징계 수용 결정)선택은 회사 차원의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MBC 노조 등은 “이제 곧 다음 칼날은 MBC를 향해 들이닥칠 것으로 본다”며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이 결정된 지난 11일 문화방송 서울지부 대의원회와 본부 제 6차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을 결의했다. 노조는 이날 ‘공영방송 사수대’를 출범해 조합원들이 24시간 회사 내 대기하며 혹여 있을 검찰의 강제 체포나 압수수색 등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제작진은 앞서 11일 ‘제작진 일동’ 명의로 전 사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PD수첩이 나쁜 역사를 만들어 향후 다른 프로그램마저 비슷한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며 “경영진이 방송의 독립과 언론의 자유를 위해 어떤 길이 올바른 길인지 현명한 판단을 내려 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심의위 결정과 법원 판결 등에 대한 심정과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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