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지난 6월 10일 보도한 한국통신 불공정 관행보도와 관련해 지난 7월 24일자 <미디어 오늘>에 게재된 김영철씨의 주장은 보도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데다 한국통신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김씨의 주장가운데 반박을 위한 억지논리가 많아 이자리를 빌어 일부를 지적하고자 한다.

1. 보도의 내용을 이해 못하고 있다. 김영철씨는 자기 발언의 절반 정도를 082 접속시간 지연에 대한 반론으로 메우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보도내용 가운데 접속시간이 지연돼 082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졌다고 주장한 곳은 단 한곳도 없다. 필자가 지적한 것은 접속시간의 지연이 아니라 접속 자체가 안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한국통신측의 책임인 경우가 많다는 내용이다.

2. 김영철씨의 발언내용자체가 부실이다. 김영철씨는 본 기자가 부실취재로 시청자를 오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글을 쓰면서 김영철씨는 취재기자인 필자는 물론 문제의 전화국이 위치한 증권타운의 전화이용자들에게 전화 한번 해보지 않고 집단전화국 사람들의 말만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6월말까지 집단전화국이 정상이었다는 주장이 그렇고 교환기 증설공사때문에 잠시 문제가 생겼다는 주장 또한 그렇다.

그러나 증권타운 사람들은 5월이전부터 082통화가 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내용은 6월 이전의 통화기록을 빼보면 간단하게 증명된다. 교환기 증설공사는 더욱 구차한 변명이다. 프리픽스(Prefix Digit) 설정작업은 무슨 대단한 공사가 아니라 컴퓨터 자판 하나만 두드리면 되는 일이다.

더구나 교환기 증설공사는 프리픽스 디지트 설정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교환기 증설공사때문에 082가 불통이 됐다면 한국통신 시외전화는 정상적으로 통화가 되고 082 시외전화만 불통이 되도록 프리픽스 디지트를 바뀌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3. 김씨의 주장자체가 앞뒤가 안맞는다. 김씨는 한국통신이 10디지트로 조작한 것은 고의가 아니라면서 조작사실을 인정하고 말았다. 김씨는 곧이어 한국통신도 최소 11자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10자리로 설정할 경우 한국통신 이용자들의 불편과 항의가 너무 클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통신 시외전화 또한 불통될 것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디지트가 10으로 설정돼 082가 불통이었던 그 기간에 한국통신 시외전화는 너무나 깨끗하게 통화가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김씨의 얘기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은 집단전화국에서 001, 002, 0××, 082 각 회선별로 프리픽스 디지트 테이블을 따로 설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김씨가 간과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통신전문가를 자처했는데 교환기의 기본지식도 모르는 사람이 통신전문가가 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4. 반박을 빙자해 한국통신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데이콤은 요금고지서도 따로 나오고 접속시간도 오래 걸려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데이콤이 이런 약점을 딛고 경쟁을 할 수 있는 것은 최고 9%까지 싼 요금때문이다. 데이콤이 시외전화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082의 경제성이 한국통신의 편의성과 경쟁할 수 있다는 정부와 업계의 컨세서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한국통신의 편의성이 082의 경제성을 압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5. 마지막으로 ‘발언대’ 편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열린공간으로서 발언대가 갖는 의의는 본인도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발언대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은 그 주장을 펴는 사람의 글과 편집과정에서 추가되는 제목에 공히 객관적인 사실만 다루어져야 한다.

‘발언대’의 애초의 취지대로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해질 수 있도록 보도내용에 대한 일차적인 검증과 당사자들의 확인과정을 반드시 거쳐주기를 바란다. 또 양측의 주장을 따로 실을 것이 아니라 같은 지면에 실어야만 선의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하고자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